보이차 투자를 하려면 보이차의 품질을 어느 정도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차의 품명에는 ‘자사호’ 보다 유리나 백자로 된 ‘개완’이 낫다. 있는 그대로의 맛을 우려내기 때문이다. (왼쪽)
보이차는 만두 모양의 타차, 원반 모양의 병차, 벽돌 모양의 전차, 가루형태의 산차 등이 있다. (오른쪽)[사진 스튜디오100]
보이차 시장에는 한 때 ‘작전세력’까지 달라붙을 정도로 투자광풍이 불었다. 지금은 거품이 빠진 상태. 전문가에 따르면 보이차는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주식보다 보이차’라는 말도 있다. 이색 투자를 고려한다면 집중하자.
은은함은 달콤한 향이 줄 수 없는 깊음을 선사한다. 쓰고 떫지만, 단 맛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부함도 있다. 차의 나라 중국에서도 가장 높은 선호도에 빛나는 ‘보이차(puer tea, 普茶)’ 얘기다. 보이차의 매력을 맛이나 향으로만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나이테’ 만큼 가치가 더해지는 특성은 한 잔의 차를 최고의 투자물로 탈바꿈시킨다. 지난 2005년 64년 된 보이차 1근이 1억3000만원에 팔린 사례도 있다니 ‘중국에서 황금보다 귀한 것이 차’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 상품은 덩어리를 종이로 포장해 놓은 떡 모양의 상품.” 지난 2007년 중국을 방문한 영국의 기업인이 자국 매체를 통해 밝힌 내용으로, 여기서 말하는 떡 모양의 상품이 보이차다. 보이차는 발효한 흑차의 일종으로, 홍차보다 색이 짙으나 떫은맛이 약한 것이 특징. 여러 지방에서 생산된 차를 ‘푸얼현(普茶)’ 차 시장에서 모아 출하하기 때문에, ‘푸얼차’라는 이름도 붙어 있다.
녹차 계열의 ‘롱징차(龍井茶)’나 ‘우롱차(烏龍茶)’ 같이 중국 대표 차종에 비하면 변방에 자리하던 보이차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21세기 들어서부터다. 2001년부터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고 투자 붐도 이 때 일었다. 2006년부터는 ‘작전세력’까지 등장할 정도로 투기와 투자의 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중국차 전문쇼핑몰 ‘북경도사’의 김진철 대표는 “2007년 초반 500g에 15위안(약 2670원)하던 것이 같은 해 6월이 되자 230위안(약 4만100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당시를 기억한다. 언급한 영국 기업인의 ‘떡 상품’ 발언도 바로 이때 나온 것.
하지만 도를 넘은 시장과열은 때마침 불어 닥친 ‘품질 논란’과 맞물려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했다. 시장의 거품은 순식간에 빠졌고, 암흑기는 2009년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한바탕 홍역을 치른 보이차 시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는 조정국면을 넘어 상승국면에 있다”고 분석한다. 김진철 대표는 “2009년 이후에는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보이차가 다른 차종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인데다, 중국은 차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 장래성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고정 팬 많고, 묵을수록 귀해’ 투자에 적격
한 때 ‘투기후보’에 등극할 정도로 투자대상으로 유세를 떨쳤던 보이차. 그 비결이 뭘까? 첫째는 고정 팬이 많아 리스크가 적다는 것이다. ‘보이차’ 시장이 품질 논란으로 조정국면 당시, 중국 내 차 전문가들은 “가격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 애호가들이 많다는 것 때문. 김진철 대표는 “중국에는 ‘가난한 차 장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주식보다 보이차’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을 생각이면 단 10분도 들고 있지 마라”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가 ‘워렌버핏’의 이 말은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보이차’ 투자가 유망한 두 번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발효차(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발효가 진행되는 차)’인 보이차는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고급 와인과 같다.
중국 최대의 보이차 생산업체인 ‘대익그룹’이 만든 ‘7542<대익보이차>’의 경우, 올해 초 출고가가 한 편(357g)에 45위안(약 8000원)이었던데 비해, 현재는 같은 용량이 100위안(약 1만78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1년도 안 돼 2배가 된 것이다. 이 상품의 내년 초 예상가는 150위안. 김진철 대표는 “2002년에 나온 ‘7542’ 제품의 경우, 당시 한 편에 10위안(약 1800원)도 안 되던 것이 현재 900위안(약 16만원)”이라며 “제조 후부터 발효가 진행되고, 발효도가 높아질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보이차의 매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차 상품이라면 보통 10년에 100배 정도 가격이 오른다”고 귀띔한다.
한국시장은 ‘아직’, 본토를 노려라
지난 2011년 중국의 ‘대익그룹’(일명 맹해차창)은 자본금 100만달러를 투자해 (주)대익 인터내셔날코리아를 설립하는 등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달 19일에는 중국 최대 유기농 보이차 생산기업인 ‘운남용생차업주식유한공사’도 강원도 지역을 발판으로 진출을 꾀했다. 다이어트, 체내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웰빙음료인 ‘보이차’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보이차 투자처로서 한국 시장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차 시장 전체가 중국의 백분의 일 수준인 ‘얕은 저변’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에 있는 차창(차 재배지나 재배·생산·관리를 맡아 보는 곳)에 직접 투자할 것을 권한다. 차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은 중국인데다 현지에서 직접 물건을 취급하면서 보관·물류 비용까지 절약돼 투자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이다.
최근 경제력 상승과 소비 진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에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김 대표는 “차는 기본적으로 고급문화”라며 “최근 경제성장 등으로 중국 내에서 고급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굉장한 투자 기회인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차 시장은 넓은 면적과 저렴한 노동력, 다양한 차종과 지역별 명차 등을 바탕으로 최근 10년 동안 급속히 발전했으며, 고급 차 소비력도 이에 못지않게 증가해왔다. 김 대표는 이어 “다른 차종에 비해 보이차는 아직도 가격 상승의 여지가 많다”며 “고급 차 문화를 즐기는 북경의 3000만 유동인구를 생각하면 가치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증된 곳에, 검증된 사람 통해 투자하라
지난 2007년 이후, 보이차 투자 시장이 한때 고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치솟는 인기에 비해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좋은 보이차를 선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전한다. 저급한 품질이 끼어들어 시장의 투명성을 어지럽힐 여지가 높았다는 것.
또한 같은 성격(숙성, 가치상승)을 가진 와인과는 달리 품질 관리 체계가 미흡하고, 정리된 개념도 부족해 일반인들이 차의 재배 상황이나 유통과정 등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이차 투자에 대해 두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대중적으로 검증된 브랜드에 투자하라는 것. 연간 5000톤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내 대형 차창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성과 수익성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맹해 차창’ 브랜드로 유명한 ‘대익그룹’이나 맛의 통일성으로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하관차창’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원산지 증명 체계가 불안정하고, 유통과정이나 가격 책정 등 일반인에게 열려있는 정보들이 많지 않은 보이차시장의 특성상, 투자 대상의 브랜드 가치를 따지는 것은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같은 맥락에서 투자는 반드시 전문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김진철 대표는 “차 시장은 문턱이 상당히 높은 분야”라며 “상식과 구전으로 통하던 것들이 산업적으로 체계화되는 과정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과열 양상과 가격 폭락 등을 경험하며 노하우를 터득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건강한 투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경기엔 ‘커피’보다 ‘차(茶)’가 잘 팔린다는 연구가 있다. 세계 금융 위기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는 이 때, 깊게 우려낸 향기로운 투자의 맛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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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투자가 좋은 이유>
와인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반드시 올라간다.
두터운 마니아층이 있어 판로가 어렵지 않다.
지방분해 효과가 있는 웰빙음료로 미래에도 각광받는다.
<보이차 투자 시 주의점>
보이차에 투자 후 성급하게 판매하려고 하지 말 것.
한국시장보다 성장 잠재력 높은 중국 시장에 투자할 것.
대중적으로 검증된 보이차 브랜드에 투자할 것.
반드시 전문가 조언을 통해 투자할 것.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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