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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박주영, '속죄포'로 멍에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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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박주영, '속죄포'로 멍에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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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아파요"

경기 뒤 박주영이 내뱉은 유일한 한마디였다. 더 길게 말할 수도 없었다. 턱에 입은 자상으로 세 바늘을 꿰맸다. 무릎에도 붕대를 감았다. 치열했던 승부가 남긴 생채기였다. 하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멕시코와의 1차전 부진을 떨쳐낸 맹활약 덕이었다.


박주영은 30일(한국시간) 스위스와의 2012 런던올림픽 B조 2차전에서 후반 1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타고난 '킬러 본능'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박주영은 오른 측면에서 남태희가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린 순간, 재빨리 수비 사이 빈 공간을 향해 내달렸다. 공의 낙하지점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머리는 이내 지면과 평행을 이루며 공에 닿았다. 이어진 그림 같은 다이빙 헤딩슈팅. 골키퍼마저 넋을 잃고 바라만 보는 장관에 대한민국은 환호했다.

불과 사흘 전 박주영은 실망만을 안겼다. 멕시코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활약은 미미했다. 병역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까닭인지 심리적 부담이 커보였다. 결국 홍명보 감독도 후반 30분 그를 교체시켰다. 공격수가 침묵하자 유리했던 경기도 0-0 무승부로 끝났다. 패배의 멍에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고, 비난은 곱절이 되어 돌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스위스전 골은 '속죄포'였다. 압박감을 털어낸 것은 물론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선물했다. 후반 15분 동점골을 허용한 뒤 불과 4분 만에 김보경이 결승골을 터뜨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2-1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이날도 박주영은 후반 28분 지동원과 교체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당당하게 웃어보였다. 교체 이유가 부진이 아닌 체력 안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라운드에서 에이스다운 기운을 뿜어낸 덕이었다. 8년 전 온 국민은 그를 향해 '축구 천재의 등장'이라며 열광했다. 이런 미래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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