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파도 위 조그만 섬마을/소년은 언제나 바다를 보았네/바다 저멀리 갈매기 날으면/소년은 꿈속의 공주를 불렀네/파도야 말해주렴 바닷속 꿈나라를/파도야 말해주렴 기다리는 소년/어느 바람이 부는 날 저녁에/어여쁜 인어가 소년을 찾았네/마을 사람들이 온섬을 뒤져도/소년은 벌써 보이지 않았네
■ 안면도. 162번 지방도로를 타고 영목항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작은 입간판 하나가 보인다. 가경주.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모래밭? 사방을 휘 둘러봐도 경치랄 건 없다. 대신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개펄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보기 드문 가경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호미와 목이 긴 장화. 그리고 자기의 실력을 감안한 크기의 양동이 하나를 들고 모랫벌에 뛰어들면 개펄이 숨긴 속삭임을 들을 것이다. 섬에 와선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해풍에 뺨을 맡기고 먼 바다를 바라보는 일, 혹은 쩝쩔한 갯내음을 들이쉰 숨 속에 가득 품어들이는 일. 그리고 반쯤 뜬 실눈으로 졸았다 깼다 하며 한 나절 고즈넉한 무위(無爲)로 지내는 일. 그것만으로도 더없이 좋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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