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여 슬퍼 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 마라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노래하라
빛나라 별들아 캄캄한 밤에도 영원한 침묵을 비춰다오
불어라 바람아 드높아라 파도여 파도여
끝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 마라
김추자의 노래 '무인도'
■ 누굴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사랑이란 이 유목의 갈증을 닮지 않았던가. 아무리 달려가도 만날 수 없는, 그리하여 끝모를 뉘우침과 절망의 파도를 만나 허리까지 차오는 자기환멸에 몸을 담그는 일. 달콤한 일탈 충동. 뿌리내린 것들. 우리들의 식물성. 내 마음의 수구세력. 다리가 저릿해오는 이 깊은 마비증세. 달아나고 싶다. 돌아올 삶이라도, 미친 듯이 탈주하여 바깥으로 바깥으로, 반듯한 언어와 고운 녹말들이 이룩한 푸른 숲의 바깥으로. 그리하여 다시 무인도다. 내 무의식의 외항선을 타고, 달려가는 밤의 질풍. 무엇이 중요한가. 이 질문 앞에 머뭇거려온 대답들의 한 귀절을 위하여, 이마 앞에 일어서는 안개와 싸우며 나는 달려가리라. 저 반란군들에 합세하여. 여름 바다로, 깊은 심연 속으로. 빈 섬으로.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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