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기화면 양보", KT "망 사용 분담해야" 고집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가 북유럽에 이어 중남미 통신사업자와 협력해 스마트TV와 IPTV의 결합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는 KT와의 인터넷 망 사용 문제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초기 메뉴까지 양보했지만 KT측에서 인터넷 망 트래픽을 문제 삼으며 종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TV의 인터넷 망 사용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KT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스마트TV의 초기 메뉴를 KT IPTV 서비스에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KT는 여전히 인터넷 망 사용 여부를 놓고 이에 대한 사용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KT가 삼성 스마트TV로 연결되는 인터넷 망을 차단한 이후 두 회사는 물론, 관련 업계가 협상 여부를 주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KT가 스마트TV로 연결되는 인터넷 망을 차단하지 않는다 해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사실상 스마트TV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두 회사의 협상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북유럽 통신사업자 엘리온과 우루과이 국영 통신사업자 안텔 등과 스마트TV를 기반으로 한 IPTV 서비스에 협력하고 있다. 두 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중인 IPTV를 삼성전자의 스마트TV와 결합하고 삼성전자는 셋톱박스 없이 통신사업자들의 IPTV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통신사업자에게 스마트TV 초기화면을 양보했다. 즉, 스마트TV를 켜면 스마트TV 메뉴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IPTV 서비스 메뉴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스마트TV 기능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메뉴 버튼을 눌러야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료 방송 가입자들은 TV를 켜고 자신이 가입한 유료 방송을 가장 먼저 보기를 원한다"면서 "초기화면을 통신사업자들에게 양보해 스마트TV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통신사업자 역시 셋톱박스 비용을 줄여 스마트TV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양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엘리온과 안텔은 삼성전자와 셋톱박스 없는 IPTV 외에도 스마트TV용 콘텐츠도 공동 개발한다. 서비스 중인 다양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등을 스마트TV용으로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자사 IPTV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들도 스마트TV로 IPTV용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IPTV 사업자인 KT에게도 이 같은 방식을 제안했다. 두 회사의 제휴가 성사되면 KT IPTV 가입자들은 셋톱박스 없이 종전과 동일한 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KT도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스마트TV 서비스의 인터넷 망 이용 대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 사용대가를 일부 분담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속도 등을 조절하는 트래픽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인터넷 망 댓가를 금전적으로 지불하라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업자가 운용하는 인터넷 망이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함께 하자는 것"이라며 "공동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통신사업자와 스마트TV 제조사가 인터넷 망을 함께 사용하는 기반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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