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 검찰과 유럽 금융감독 당국이 ‘리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에 연루된 주요 대형은행 트레이더들을 조만간 체포·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검사들이 최근 몇몇 트레이더측 변호인과 접촉했으며, 이들에게 범죄혐의에 따른 체포와 기소가 몇 주 안에 있을 것임을 알렸다고 전했다. 피고 측 변호인들 역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검찰 측이 기소에 앞서 피고측의 협조나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변호인 측에 알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9일 리보와 ‘유리보(EURIBOR, 유럽 은행 간 금리)’ 등 글로벌 금융시장 지표금리 조작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미셸 바르니에 EU 금융서비스담당 집행위원은 “은행간 금리 조작과 내부자거래를 범죄행위로 명문화하는 한편, 관련기관들의 추정치를 합산하는 현행 방식 대신 실제 거래 내역에 기반해 지표금리를 결정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당국은 2006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까지 대형은행들이 리보·유리보 등 지표금리를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집중 조사해 왔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형은행들 트레이더들의 조작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큰 틀에서 파악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는 더 나아가 주요 5대 대형은행들에 대한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유럽 당국 관계자는 “트레이더들에 대한 기소가 은행들에 대한 규제 문제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나, 은행들 입장에서는 당국이 은행 위기관리시스템 차원이 아닌 트레이더 개인 차원의 문제로 다뤄 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리보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간 차입금리 정보를 받아 평균해 매일 전세계 10개 통화에 대해 발표한다. 유럽 금융감독 당국은 현재 리보 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한 트레이더 그룹의 이메일 내역을 조사 중이며, 이들의 공모 과정을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국 바클레이스는 3년간에 걸친 당국의 조사 끝에 리보 조작을 인정하고 지난달 영국 금융청(FSA),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미 법무부와 4억53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HSBC, UBS,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등도 조사 대상이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007년 8월 쯤에 지표금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이듬해인 2008년 봄 바클레이스에 관련 정보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영국 금융감독당국에도 리보 체계의 개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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