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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 문고리권력 몰락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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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 문고리권력 몰락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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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 나흘 뒤인 2008년 2월29일. 이 대통령은 첫 확대비서관회의를 소집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과거에 보니까 (청와대)부속실이 세더라"면서 "앞으로 (부속실이) 권한을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임기 중에는 과거 정권 때와 달리 부속실 비서관들이 이른바 '문고리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4년5개월여가 지난 지금, 그 말은 거짓이 됐다.


검찰이 어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김세욱 전 청와대 총무기획실 선임행정관을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실장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퇴출을 막는 데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1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다. 김 전 행정관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역시 퇴출 저지 로비 대가로 시가 1억2000만원 상당의 1㎏짜리 금괴 두 개를 받았다고 한다.

'권력의 문고리를 자주 잡는 자가 강한 자'라는 옛말이 있다. 직책이나 직급과는 무관하게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밀한 힘이 크다는 걸 빗댄 말이다. 권력자의 방으로 통하는 문고리를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자리. 그 자리가 바로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길인 셈이다.


청와대 부속실이 그런 경우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자리다. 방이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이다. 누구를 만나는가 하는 일정에서부터 인사파일 등 각종 보고서까지 사실상 '대통령의 모든 것'을 챙긴다. 때론 은밀한 연락도 맡고 휴가에도 동행한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대통령을 면담하려면 부속실장을 통해야 한다. 부속실장을 문고리 권력으로 부르는 배경이다.

문고리 권력의 위세가 세상에 두루 알려진 건 김영삼 대통령 때다. 집권 4년차인 1996년 장학로 제1부속실장이 기업인, 공무원, 정치인 등으로부터 2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청와대 주변에서는 "장 실장이 기업인들에게 접대를 받느라 하루에 점심 약속을 두세 번씩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은 장 실장이 기업인 등으로부터 수백만원의 떡값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어땠을까. 얼마 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한 일간지에 연재한 회고록에서 "김 대통령과의 독대를 원했는데 그만둘 때 딱 한 번 해주더라"며 청와대 문고리 권력을 비판했다. 그래도 고재방, 김한정 부속실장 등 청와대 집사들은 추문에 휩싸이진 않았다. 하지만 수십년간 김 대통령 동교동 자택의 집사 역할을 했던 이수동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일을 냈다. 집권 마지막 해인 2002년 이용호 G&G그룹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권력누수의 신호탄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일찍 사단이 났다. 출범 초인 2003년 6월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청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살인교사,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나이트클럽 소유주로부터 향응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제1부속실 여택수 행정관은 그해 8월 롯데쇼핑에서 불법 정치자금 3억원을 받았다. 두 달 뒤에는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권 초 청와대 직원들의 잇단 비리는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줬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함께 으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청와대 부속실 직원들의 부패.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권력자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인물들이었다는 점에서 용인(用人)을 잘못한 권력자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탄식할 게 아니라 자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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