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어경선칼럼]일주일 뒤면 '부처님 오신 날'인데…

시계아이콘01분 43초 소요

[어경선칼럼]일주일 뒤면 '부처님 오신 날'인데…
AD

일주일 뒤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도 어머니를 모시고 집 근처 선혜사에 가기로 했다. 팔순을 넘기신 어머니가 당일로 고향 충청도의 한 산에 있는 절에 다녀오시기는 무리다. 해서 일 년에 한두 번 날을 잡아 한 달여 고향의 암자에서 머무시고는 한다. 대신 석가탄신일에는 집에서 가까운 주택가 사찰을 찾는 것이다.


어머니를 신심이 굳은 불자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절을 자주 찾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에서 불경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집안 평안하고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처님 앞에 두 손을 모으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복 신도'인 셈이다. 그래도 부처님을 섬기는 마음만은 지극하다. 남편을 병으로 일찍 보내고 혼자 다섯 남매를 키운 것도, 그 자식들이 큰 탈 없이 그만저만 사는 것도 다 부처님 덕이라고 믿으시는 분이다.

그런 어머니가 요즘 꽤 심란해 하신다. 얼마 전 백양사에서 벌어진 '승려들의 음주 도박' 추문을 보고 들으신 게다. "애비야 스님들이 왜들 그러는 거냐,응? 아이구 뭔 사단이 나도 크게 난 거지. 원 무슨 그런 일이 다 있냐." 한숨을 다 쉬신다. 그렇다고 "스님은 무슨, 순 땡추들이지"라고 맞장구라도 칠라치면 "무슨 벌을 받으려고 그런 큰일 날 소리를…" 하시며 정색하신다.


하지만 어머니 듣기 고까우시겠지만 땡추가 참 많은 게 사실이다. 술과 도박, 비구니 겁탈, 룸살롱 여종업원 성매수 의혹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는 승려들이 차마 입 밖에 꺼내기도 민망한 행동, 듣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삿된 말들을 예사로 해대는 게 요즘의 불교계다. 폭로에 반박, 상호 비방이 거의 막장 수준이다. 신도는 말할 것도 없고 자비로우신 부처님도 돌아앉을 일이다.

압권은 조계종 호법부장 정념스님의 말이다. 정념스님은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는 "스님들에게 여러 형태의 놀이문화가 있는데 (이번 도박은) 치매 예방을 위한 심심풀이일 뿐"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판돈도 400만~500만원 정도로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단다. 어처구니가 없다. 불교 사회에 파계적인 향락 문화가 얼마나 만연해 있고 또 그러한 패륜적 파계에 종단과 승려가 얼마나 무감각한가를 보여주는 증좌다.


사태가 커지자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5일부터 100일 동안 108배 참회정진을 시작하고 그제는 종단 차원의 '승가공동체 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개혁을 한다며 법석이다. 하지만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이 쇄신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룸살롱 여종업원 성매수 의혹의 당사자인 자승 총무원장 주도로는 개혁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개혁에 착수하기도 전에 내부 분란이 인 꼴이니 앞날이 험해 보인다.


거창하게 불교 개혁을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럴 만한 식견도 없다. 다만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승려들이 먹고 입는 것조차 구걸하도록 한 뜻이 무언가를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행자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다. 성과 속을 가르는 잣대가 무엇인가. 돈과 권력 등 속세의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다.


왜 승려를 비구(비구니)라고 하는가. 비구는 '걸식하는 자'라는 뜻이다. 재가 불자들이 수행자를 믿고 따르는 것은 엄한 계율을 지키며 쌓아 온 그들의 도덕적 권위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기 때문이다. 부처를 팔아 번 돈으로 곡차를 마시고 향 공양을 하고 육보시를 한다면 스님을 따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어지러운 세상, 수행자들이 우바새(優婆塞ㆍ거사)와 우바이(優婆夷ㆍ보살)에게 위로가 되기는커녕 외려 걱정을 끼친대서야 될 말인가.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