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결혼 이민자 리홍리 씨, 송파구청에 다문화가정 담당 공무원으로 채용..행안부 생활공감주부모니터단, 문광부 정책기자, 한국정책방송 리포터 거친 재원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2009년 1월 어느 날. 두 아이의 어린이집 정보를 찾아보던 한 주부가 행정안전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우연히 접속했다.
그러다 생활공감주부모니터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지원해 모니터 요원으로 선발됐다.
주부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다보니 사회 전반을 보는 안목이 생겼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급기야 활발한 활동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어린이집 빈자리 알림 서비스를 제안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기자로 생활 속 정책이야기를 누리꾼들에게 홍보하게 됐고 한국정책방송은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리포터로 캐스팅했다.
그 기간 동안 학사 학위만 두 개(한국방송통신대 무역학과, 중어중문학과)를 따냈고 G20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통번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 6월 그녀는 서울 송파구청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발탁됐다.
평범한 듯 결코 평범치 않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국계 결혼이민자 리홍리(李紅麗 ·33)씨다.
송파구(구청장 박춘희)는 지난 6월 지역내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보다 효과적인 정책적 지원을 위해 다문화 계약직을 공개 모집해 리씨를 선발했다.
리씨는 6월 11일부터 송파구청 출산장려다문화팀에 소속돼 매일 4시간씩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장경옥 팀장은 “업무 수행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정책 홍보 부문에서 쌓인 경험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욕을 높게 평가해 리홍리 씨를 송파구 계약직 공무원(시간제 계약직 마급)으로 채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광저우 소재 미국계 회사에서 일하던 리씨는 마침 광저우에서 일을 하던 남편과 연애 결혼해 2003년 12월 처음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결혼 초기에는 여느 결혼 이민 여성과 같이 아이를 낳고 기르며, 틈틈이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지금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곳곳에 많지만 그 때만해도 여건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리씨의 전언.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서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됐고 리씨의 사회활동도 그 맘 때부터 시작됐다.
“사실 이런 활동에 참여하기 전까지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게 조금은 두려웠어요. ‘한국어를 잘 못하니까 의사소통이 안 되면 어쩌나’, ‘한국 문화를 몰라서 실수하면 어쩌나’ 이런 걱정부터 했었거든요. 그런데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더 한국어가 늘고 한국 문화가 익숙하게 되는 거예요”
주부 모니터 요원으로 정책기자로 활동하면서 큰 상을 받기도 한 리씨에게 자신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취업의 현장에서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도 중어중문학과에 다시 편입하게 된 계기도 그 것이다.
“실제로 중어중문학을 공부하는 동안 한국어 실력도 쌓이고, 통번역 지식도 많이 생기게 됐어요. G20 정상회의 때도 통번역 자원봉사를 했는데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이 나라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송파구청 채용공고를 보고 또 한 번의 도전을 결심한 이유도 결국 대한민국에 힘을 보태고 남을 도울 수도 있다는 공직의 매력 때문이다. 원하던 곳에서 일하게 된 덕인지 공무원으로서 리씨의 근무자세도 모범적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구은영 주무관은 “홍리 씨가 공직 경험이나 조직 생활이 처음인데도 매사에 적극적이고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 잘 적응하고 있다”며 “다문화 가정의 민원인이 와도 서로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그런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안내도 정확히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리씨는 앞으로도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의 최전선에서 다문화가정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또 각각의 다문화가정에 꼭 필요한 정책을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송파구에는 다문화 공무원 1호인 리씨를 비롯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관내 어린이집 등에서 약 40명의 결혼 이민 여성들이 통번역지원사, 이중언어강사, 다문화강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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