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핸드볼대표팀을 아우르는 수식어다. 올림픽 무대에서 선전을 펼친 여자핸드볼 팀을 소재로 한 동명(同名)의 영화 제목에서 착안했다.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표현 앞에 남녀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4년 마다 전 국민에 감동을 선사한 남녀핸드볼이 다시 한 번 ‘우생순’ 신화에 도전한다.
8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여자핸드볼은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손꼽힌다.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1996년 애틀랜타와 2004년 아테네에서는 각각 은메달 획득한데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가운데 2004년 아테네 대회 결승에서 덴마크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석패한 장면과 석연찮은 심판판정으로 노르웨이에 결승행 티켓을 내주며 울분을 삼켰던 2008년 대회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런던올림픽 메달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랭킹 8위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노르웨이(5위), 덴마크(6위), 프랑스(11위), 스페인(16위), 스웨덴(19위)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특히 지난해 세계 여자선수권대회 1∼4위 팀인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과 한 조에 속해 있어 조별예선 통과조차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유럽에 비해 체격과 힘에서 열세인 한국은 특유의 빠른 발과 민첩한 몸놀림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최근 추세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도에 오르는 선수단의 각오는 남다르다. 강재원 여자핸드볼대표팀 감독은 “어려운 상대를 만났지만 스페인, 덴마크와의 예선 1, 2차전에서 승부를 걸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매 올림픽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반드시 메달을 따고 돌아오겠다”라고 다짐했다. 맏언니 우선희는 "이번 대표팀은 후배들의 기술과 선배들의 경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후배들이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잘 따라와 주고 있다"면서 "그동안 정말 힘든 훈련을 거쳤다. 남은 기간 컨디션 조절에 힘쓰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석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핸드볼은 2000년 시드니 대회를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다. 1988년 이후 맥이 끊긴 메달 사냥이 목표다. 남자부 역시 덴마크(4위), 세르비아(5위), 헝가리(7위), 스페인(8위), 크로아티아(10위) 등 강팀들과 묶여 있어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하지만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레전드’ 윤경신 플레잉코치를 중심으로 이재우, 정수영, 고경수 등 주축 멤버들의 팀워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석재 감독은 “강호들과 한 조에 속했지만 상대 팀 기분 맞추러 가는 건 결코 아니다. 험난한 대진표를 받아들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면서 “우리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만족하며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윤경신 코치 역시 “메달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후배들과 즐기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힘을 보탰다.
한편 대한핸드볼협회는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 경기장을 개방하고 핸드볼 전사들을 위한 국민응원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흥순 기자 spor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