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주택시장 침체로 브랜드 파워의 위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아파트 투자의 패러다임이 실속형으로 변화한데 따른 결과다. 유명 브랜드나 시장에서의 선호도가 높은 단지로 이동하는데 추가 비용을 감수하겠다던 수요자들이 마음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청약경쟁률 상위 50위권내 대형건설사들의 비중이 32%에서 18%로 크게 줄었다. 흥행의 최대 변수인 입지와 분양가 그리고 브랜드 중 입지나 분양가의 중요도는 커진 반면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력은 약해졌다는 풀이다.
원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에 있다. 주택시장이 활황기를 겪던 때에도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논란은 있었지만 최근과 같은 경기침체에서 고급 내외장재로 마감한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다.
거래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착한 가격과 실용적인 마감재에 맞춰진 것도 영향을 줬다. 이밖에 자금력을 바탕으로 높은 배후수요와 수익성이 보장된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집중 공략하던 대형사들이 시장침체로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이렇다보니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 시장으로 진출하는 대형사들이 눈에 띄고 있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상품을 결합한 브랜드의 재활용이 대안으로 꼽힌 것이다. 실제 2011년 기준 도급순위 상위 10위내 건설사들의 오피스텔 공급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12년 상반기 43%까지 치솟았다. 공급되고 있는 오피스텔 2실 중 1실은 대형사 물량이라는 이야기다.
대형사들이 오피스텔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던 원인 역시 브랜드에 있다. 오피스텔 브랜드를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와 통합해 사용하다보니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풀이다. 예컨대 대우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에 시티를 붙여 ‘푸르지오시티’를 내놓았고 두산건설은 ‘두산위브 센티움’, GS건설은 자이에 엘라를 붙인 ‘자이엘라’ 를 출시해 오피스텔 시장에서 재미를 봤다. 최근 현대건설 역시 ‘힐스테이트 시티’라는 오피스텔 브랜드로 광교신도시 공략에 나섰다.
청약 결과도 뛰어나다. 강남푸르지오시티의 경우 평균 청약 경쟁률 23.6대 1로 마감했고 신촌 자이엘라 역시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익성 부동산의 대세로 자리잡은 오피스텔 투자열기에 대형사가 제공하는 안정성과 브랜드까지 가세한 것이다.
소형시장 공략 외에 몸값을 낮추거나 입주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도 나타나는 추세다. 삼성물산이 강남 자곡동 세곡보금자리에 분양한 래미안강남힐즈는 3.3㎡당 2025만원으로 강남구 3.3㎡당 평균시세 3084만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결과 3.77대 1의 경쟁률을 올렸다. GS건설은 입주 후 고객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국 5개 권역에 CS사무소를 두고 입주단지별 AS센터를 운영하는 중이다. GS건설은 입주 전 서비스뿐만 아니라 입주 후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자이 플러스원’을 통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비자들의 투자 성향이 바뀌면서 고급아파트로 인식되던 브랜드 물량이 고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파트 시장에서 쌓은 브랜드 파워를 오피스텔에 활용하거나 분양가를 대폭 낮추고 실속 있는 마케팅을 구사하는 등 분양시장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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