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 최대은행인 HSBC그룹은 17일(현지시간) 과거 북한과의 거래와 멕시코 마약조직 불법 돈세탁 통로 제공 등의 혐의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18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6일 공개된 상원 국토안보ㆍ정부위원회의 335쪽짜리 보고서는 HSBC그룹이 미국의 제재규정을 위반하고 2007년까지 북한과 거래했으며, 지난 7년간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 통로 역할을 했으며, 테러그룹과 관련이 있는 사우디 은행과 제재를 회피하려는 이란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HSBC 경영진은 사우디의 라지뱅크 설립자가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후원자인데도 라지뱅크와 계속 영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해 수십억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HSBC는 또 국제제재를 받는 국가의 자금거래를 막으려는 규정을 피하고 국제법을 조롱하는 고객을 돕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HSBC는 북한과 쿠바 자금을 미국으로 옮겼으며 2001년에서 2007년 사이에 이란을 포함하는 2만5000건의 의심스런 지급결제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경영진은 이란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당국의 검정과정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 컨설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원 위원회는 HSBC가 멕시코 마약조직과 연계된 계좌를 통해 마약자금을 세탁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는 등 광범위한 범법행위에 대한 증거도 찾아냈다. HSBC는 마약카르텔이 수익금을 미국에 보낼 방법이 필요한 마약카르텔 자금이라는 여러번의 경고에도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무려 70억 달러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여온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아이린 도너 HSBC 미국법인 대표는 이날 미국 상원 국토안보ㆍ정부위원회 조사소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감독 당국과 고객 등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데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HSBC는 이날 발표문에서 미 상원의 ‘돈세탁 및 테러방지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 보고서’에 드러난 혐의에 대해서도 “HSBC의 과거 법규준수 내역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시인했다.
2002년 이후 HSBC홀딩스의 준법감시인을 맡아온 데이비드 베이글리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HSBC가 돈세탁 스캔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칼 레빈 조사위원장은 이에 대해 “좋은 소식”이라고 반겼으나 “HSBC는 과거에도 여러 가지 비슷한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하고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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