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사진)이 경영에 복귀했다. 형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두문불출 한지 정확히 3년만이다. 그의 복귀는 후계경쟁에서의 최종 승리를 뜻한다는 분석이 많지만 의미는 그 이상이다. 윤재승 부회장의 귀환 배경에는 이 회사가 처한 절실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고성장 사업모델이 발목을 잡다=대웅제약은 지난 1분기 매출액ㆍ영업이익ㆍ순이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분기도 최악이란 게 내부 분석이다. 2분기 연속 내리막은 회사 설립 67년만에 처음이다.
원인은 4월 시행된 약가인하다. 경쟁사들과는 조금 다른 사업모델이 대웅제약의 발목을 더 세게 잡았다. 복제약-신약-수입약 등 3분야를 고루 갖춘 경쟁사들과 달리 대웅제약은 유독 수입약 부문에 치중하는 모델을 갖고 있다.
영업에 치우친 경영전략은 연구개발 부문이 다소 취약한 결과를 낳았다. 동아제약, 녹십자 등 경쟁사들이 이미 신약회사로 체질개선에 돌입했지만 대웅제약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입약은 약가인하에 직격탄을 맞았고, 신성장동력의 부재는 미래를 어둡게 했다.
◆해결사 윤재승, 앞으로의 행보는?=창업주 윤영환 회장은 2009년 7월 1일 윤재승 부회장을 실무에서 빼고, 차남 재훈 부회장을 대웅제약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당시 윤재승 부회장의 낙마설이 유력했으나, 그보다는 윤재훈 부회장을 평가하려는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후자의 시각이 옳았다. 윤 회장은 3년 뒤인 2012년 6월 29일, 윤재훈 부회장을 비주력 계열사 알피코리아(전 대웅상사)로 돌려보내고 윤재승 부회장을 '컴백'시켰다. 3년간 회사를 경영하며 정책적 위험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된다.
윤재승 부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혼돈 시대에 대웅제약을 크게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가 CEO로 재직한 12년간(1997∼2009) 매출액이 1433억원에서 6137억원으로 무려 4배 이상 성장했다. 또 이 후 주요한 제도 변화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경험이 풍부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달라진 산업환경이 대웅제약에게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고, 위기극복 경험이 많은 재승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창업주의 판단을 보인다"고 말했다.
윤재승 부회장은 장기적 비전이나 신사업 개발 등 '산업의 흐름'을 읽는 데 정통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이미 4∼5년전 현재의 약가제도ㆍ영업환경 변화 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런 날카로움은 1995년까지 3년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활동한 경력과도 연결된다. 35세라는 어린 나이에 대웅제약 사장 자리에 오르며 발군의 경영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세계경제포럼 선정 아시아 차세대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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