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생겨난 수많은 영화제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 때때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과는 페스티벌로 확인되곤 한다. 요즘은 뮤지컬의 시대다. 연간 180여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스크린과 TV에 보이는 뮤지컬배우들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게다가 해외팬은 ‘한국어버전’의 뮤지컬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고, 창작뮤지컬 <빨래>와 <쓰릴 미>, <잭 더 리퍼>의 한국 프로덕션 버전이 일본에서 공동 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만큼 과연 질적인 성장도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답변은 쉽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는 8월 6일부터 13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열리는 제 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하 SMF)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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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F는 오로지 ‘창작’으로 움직인다. 새로운 창작물을 지원하고, 지난 1년간 공연된 창작뮤지컬에게 상을 주고, 창작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주요 프로그램에 1966년 한국의 첫 번째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만든 극단의 이름, ‘예그린’을 붙인 이유다. 그 중 ‘예그린 어워드’는 기존의 뮤지컬시상식과는 다른 기준으로 눈길을 끈다. 창작물만을 심사대상으로 삼는 것은 물론, 그동안 시상식에서 소외되어왔던 아동·청소년뮤지컬을 포함시켰다. 작품상은 최고작품상, 혁신상, 흥행상, 재공연상 등으로 세분화했고, 스태프와 배우가 직접 서로를 평가하는 시간도 갖는다. 하나의 시상식에 26개의 트로피가 다소 많게 느껴지지만 “창작뮤지컬의 가치, 미래성, 의미에 집중”(원종원)하고자 하는 SMF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부쩍 늘어난 창작지원제도 역시 SMF에서 빠지지 않는다. 대신 ‘예그린 앙코르’에서는 창작팩토리, CJ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이미 선보였던 작품 중 다섯 편을 선정해 2차 트라이아웃 공연을 갖는다. “업계가 단계별로 성장할 수 있도록”(조용신) 판을 깔아주는 셈이다. 올해는 <이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중독>, <아보카토>, <날아라, 박씨!>가 선정되었고, 이 중 최종 선정된 2편에 각각 1억 원을 지원하고 최우수작에는 추가로 충무아트홀 무료대관의 기회가 주어진다. 작품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보컬, 창작 국제뮤지컬워크숍도 진행된다. 창작워크숍에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씨왓아이워너씨>의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보컬워크숍에는 NYU의 브라이언 길이 참여해 새로운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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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이 단순히 좋은 의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SMF이 선택한 것은 체육대회와 갈라쇼다. SMF의 시작과 함께할 체육대회는 그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 각각 15명씩 4개의 팀(79년생 이상 배우 OB팀, 80년생 이하 배우 YB팀, 뮤지컬학과 대학생팀, 스태프팀)으로 구성되며, 소속 축구단이 3개에 이르는 오만석은 이미 OB팀 주장으로 결정되었다. 개막일 민낯의 배우들은 다시 블록버스터급 갈라쇼로 페스티벌을 마무리한다. SMF의 유일한 유료공연인 갈라쇼는 ‘예그린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을 중심으로 한 1부 공연과 세대별 뮤지컬스타의 2부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전국 뮤지컬학과생들의 ‘즐겨라! 뮤지컬 페스티벌’이 올해부터 SMF와 함께하고, 한국 창작뮤지컬 대표작의 전시도 기획되어 있다.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탄탄한 뿌리가 필수다. 그래서 SMF는 뮤지컬학과생들에게 자리를 더 내어주고, 새로운 창작진들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상대적으로 쉽게 배울 수 없는 기성 배우들의 교육을 돕는다. 얼마 후에 꽃이 필지, 그 꽃이 얼마나 예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뿌리조차 내리지 못한다면 꽃은 피지 않을 것이다. SMF, 미래를 위한 페스티벌이다.
사진제공. 서울뮤지컬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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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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