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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女星⑩]"이게 바로 내 브랜드".. 민낯으로 보여준 '세련된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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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女星⑩]"이게 바로 내 브랜드".. 민낯으로 보여준 '세련된 파격' 백수정 이사 프로필 ▲1990 서울 구정고등학교 ▲1995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2003 시카고대학교대학원 석사 ▲2000.09 라이코스 코리아 과장 ▲2003.11 부즈, 앨런 앤드 해밀턴 이사 ▲ 2007.09 현대캐피탈 부장 (경영개선1팀장) ▲2008. 11 현대카드·캐피탈 마케팅실장 ▲2011. 07 현대카드·캐피탈 브랜드2 실장 ▲2012. 04 (現)현대카드·캐피탈 브랜드1 실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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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리 천장'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여성 임원 1세대' 시대가 태동하고 있다. 1980년대 입사한 신입 공채들이 '별'을 달기 시작했다. 이른바 '여풍(女風) 시대'의 개막이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드리엔 멘델은 <유능한 여자는 많은데 왜 성공한 여자는 없을까>라는 저서에서 직장 생활에는 여자가 모르는 불문율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멘델은 유능한 여성은 많은데 성공하는 여성이 적은 이유로 "여성이 목표지향적인 남성 사회의 룰을 모른 채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려는 관계지향적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비즈니스라는 게임에서 이기려면 유능한 척, 강한 척하고 재미가 없어도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고, 필요하면 싸우고, 팀의 일원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최근 사회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채로 입사해 조직에서 '별'을 다는 여성임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임원 1세대라는 점에서 이들이 가지는 상징성은 크다. 말 그대로 유리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 조직에서 오랜 시간 몸담으며 남성과 당당히 경쟁해 살아남고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여성(女星)들. 유리 천장을 과감히 깨트린 여성 임원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은 어떠할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은 파란만장한 그녀들의 인생 스토리. 20~30대 새내기 여성 직장인 후배들에게 들려주고픈 대한민국 여성 임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한다.<편집자주>



[파워女星⑩] 백수정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브랜드 이사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슈퍼매치·고메위크 등
문화 마케팅으로 대박


내가 거둔 최대의 성과는
'회사 내부 반성' 프로그램
취약점 찾아내니 강해졌다


레이디가가 입국때 진주알 가면
팬·기자위해 2시간 준비한 '프로'

"'세련'됐거나 '파격'이거나."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백수정 이사를 만나러 갈 때 떠 올린 이미지다. 따지고 보면 현대카드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주 잘 짜여지고 만들어진 반들반들한 이미지가 '세련됨'이라면 TV광고에서 보여준 현대카드의 이미지는 '파격'이니까.


인터뷰를 위해 여의도 본사를 찾으면서 이 느낌은 더욱 굳어졌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노트북 반입을 철저히 제한했다. 그 탓에 인터뷰는 당초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늦어졌다. 정보보안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터라 민감하게 관리하는 것은 당연했다. 관련부서를 통해 노트북 반입에 대한 품의서를 제출하고, 휴대폰 카메라 렌즈에 촬영금지 스티커를 붙이고, 신분증을 담보로 내놓은 끝에 기자는 건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기자' 또는 '인터뷰'라는 공식적인 들이댐도 허용하지 않는 깐깐함이었다.


그러나 백 이사의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인터뷰 과정에서 생긴 전의(戰意)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바쁜 걸음으로 기자를 맞은 그는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눈에 띄는 무늬하나 없는 평범한 셔츠에, 무릎 밑으로 약간 내려오는 검정 스커트. 펌이나 드라이 손질 없이 아무렇게나 묶어낸 헤어스타일은 길렀다기 보다는 자를 타이밍을 놓친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화장기 하나 없는 말쑥한 민낯이라니. 대기업의 브랜드를 '관리'하는 위치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약간은 쑥스러운 듯 대답한다.


"이게 제 브랜드예요."


백수정 이사가 말하는 브랜드란, '살아있는 생명체'다. 누군가의 의지로 태어나서 예쁘게 자라나는 것. 자신의 역할은 그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형태로 키워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민낯'이라고 백 이사는 말한다. 외부 행사는 공식 석상인 만큼 화장을 하지만, 이목구비의 왜곡이 없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의 콜라보레이션 기념 간담회에서도 화려하게 꾸민 가수 빅뱅 옆에 검정 상하의 정장 차림으로 앉아있던 모습이 그다.


"이게 바로 제 모습이고, 치장을 하면 제 원래 모습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 잘 꾸미지 않아요.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지내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바쁜 아침 화장하고 손질할 시간이 있다면, 다른 일을 하고 싶어요. '꾸며서' 어필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제겐 그게 오히려 거북스러워요."


◆계획이 아닌 실행을 꿈꾸다 = 백 이사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에 4년 정도 몸담으면서 철강, 전자, 은행, 제약 등 수많은 업종의 클라이언트들과 일했다. 다양한 일을 간접경험 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대기업의 미래를 구상해주고 방법론을 제시하는 컨설팅업은 적성에 잘 맞았다.


그러나 컨설팅은 한 회사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해준 뒤,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손댈 수 없었다. 백 이사가 '실행'의 영역에 더욱 호기심을 느낀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때 마침 헤드헌터를 통해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 측의 이직 제안이 몇 달간 이어지고 있었다. 백 이사는 한 프로젝트에 투입돼 있었기 때문에 이직 제안에 어떠한 답도 주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미뤄왔던 만남을 결심했고, 인터뷰 자리에는 정태영 사장이 직접 나왔다. 정 사장의 첫 질문은 뜻밖의 것이었다.


"우리 회사에 오면 뭘 하고 싶은가요."


이미 역할이 정해져있고, 그와 관련된 심층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준다는 정 사장의 제안은 백 이사가 희미하게 나마 가지고 있던 '마케터의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됐다.


"금융업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깊은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이직에 대해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빨리 학습할 수 있고(fast learner), 배울 의지가 있고,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오히려 절 설득해줬습니다. 정태영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매력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된 셈이죠."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은 '순혈주의' 같은 어색함 내지는 고집이 없었다. 2007년9월, 현대캐피탈 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경영개선 팀장, 마케팅실장을 거쳐 입사 3년여만에 여성임원으로 발탁됐다. 이미영 현대카드 이사에 이어 현대자동차 그룹의 두 번째 30대(당시 39세) 임원이 된 것이다.


◆결과는 능력 아닌 노력의 차이 = 백 이사가 빠른 속도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은 맡은 일에 대한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 성과의 배경에 대해 그는 "능력의 차이 보다는 어필의 차이, 그리고 어필 이전에 바로 노력이 있다"고 말한다.


"아쉽게도 능력 있는 사람이 다 잘 될 수는 없습니다. 능력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죠. 이후부터는 스스로 꾸준히 동기부여를 하고, 동료 및 선후배들과의 협업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능력보다는 노력의 결과물이죠."


백 이사는 특히 회사의 역동적인 DNA가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켜줬다고 강조했다.


"광고 대행사나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유수의 대기업까지 간접경험 했지만 이 회사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동적입니다. 모든 일에 끝이 없다는 생각, 결과물을 끊임없이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한 사람들이 모여 있죠."


조직 내에서 관계를 설정할 때는 성별도, 나이도 잊는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된 여성에게 있어서는 생존을 위한 노하우다.


"직장은 2차 집단이고, 업무로 만나는 곳입니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개인적인 팩트(fact)를 배제하자, 그걸 얘기하지 말자'고 강조합니다. 회사 안에서 개인적인 사연이나 관계에 집중하는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업무과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오해들은 별도의 식사나 술자리에서 화끈하게 풀죠."


◆아쉬움이 남지 않았던 5년 = 백 이사가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에 입사해 근무한지도 5년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 회사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슈퍼콘서트, 슈퍼매치, 고메위크 등 고유의 문화마케팅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백 이사가 항상 그 중심에 서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백 이사가 꼽는 본인의 최고 결과물은 '밖'이 아닌 '안'을 들여다 본 것이다. 바로 지난 2009년 하반기 백 이사의 주도로 시작한 '360도 퀄리티 리뷰'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회사에서 시도하는 서비스나 마케팅이 고객들에게 회사 고유의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해주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게 골자다.


"잠재고객, 감안고객, 실제고객들이 회사와 만나는 접점을 모두 점검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그 관계를 '360도로 돌려보자'는 것이었죠. 미스터리 쇼핑도 해보고, 고객들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광고에 표현된 쿨하고 멋진 이미지와는 다른 취약점(Pain point)이 발견되더라구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다른 어떤 마케팅 활동보다 회사를 성장시켰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아쉬웠던 결과물은 어떤 것일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물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일들도 있었겠죠. 하지만 중요하거나 치명적이었던 일은 없어요." 얄미울 정도로 확고한 자신감이었다.

[파워女星⑩]"이게 바로 내 브랜드".. 민낯으로 보여준 '세련된 파격'


◆할머니와 레이디 가가에게서 '프로'를 보다 = 백 이사에게 '일 하는 여성'은 어릴적부터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주말이면 꼭 같이 시간을 보냈던 외할머니는 그 당시에도 흔치 않았던 전문 직장인, 그것도 '호텔리어'였다.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모습도, 희끗희끗한 머리에 인자한 미소 보다는 깔끔한 유니폼을 읽고 책상에 앉아 결재서류에 사인을 하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직장을 어느 순간 그만두시고 가정일에 집중하셨지만, 외할머니에게선 항상 '신여성'의 모델을 봐 왔어요. '여성으로서 남다른 삶을 사는 것이 불편하고 어려울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추구할 수 있는 일이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한 것 같아요."


그 덕에 백 이사는 어떤 일을 할 때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거나, 이해관계에 성별을 개입시키지 않았다.


딱히 어떤 롤모델은 없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경험하는 과정은 그에게 모두 '학습현장'이다. 얼마 전 내한공연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파격의 아이콘' 레이디가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이 '탑 클래스의 아티스트'라고 하는 이유를, 경험해보니 알겠더군요. 레이디가가는 공연 1주일 전인 4월27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하얀 드레스와 진주알로 된 가면을 쓰고 모습을 드러내서 화제를 모았었죠. 그러나 애초에 예정된 퍼포먼스는 아니었어요. 팬들과 기자들이 공항에서 그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2시간여의 준비를 거쳐 만들어 낸 모습이죠."


백 이사는 자기자신의 브랜드를 철저히 지켜가려는 많은 아티스트들의 모습에서 항상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제이슨 므라즈는 공연 하루 종일 식사도 안하고 리허설을 하더군요. 연습 도중 손톱이 부러지자 식사시간을 빼서 네일아트로 새 손톱을 붙이는 그 모습에서 정말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유연함의 달인 = 백 이사는 상당히 유연한 사람이다.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드는 게 임무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고집스러움과 깐깐함이 인터뷰 도중 느껴질 것이라는 기자의 편견을 깼다.


민감한 질문을 하면 "그건 내 입장에서 말해줄 수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도 자주 만나는데, 백 이사는 그런 게 없었다. 언론에서 '라이벌'로 만들어 놓은 이은정 삼성카드 상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친구사이예요. 물론 요즘 서로 바빠서 연락을 자주하지는 못하지만 알려진 것 처럼 불편한 관계는 아닙니다. 저는 업계에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 의식 자체가 없는 거죠. 그냥 제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예요."


업무에서도 남과 대립하는 일이 드물다. '적이 나타났을 때' 그의 유일한 대처 방법은 '설득'이다.


"추진하는 일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가 있겠죠. 그 이유에 대해 듣고 해명하면서 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1차적인 순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걸 먼저 고쳐야 하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별 문제가 없는데 이해되지 않는 논리로 반대한다면, 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설득해서 아군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죠."


인터뷰를 마칠 무렵 사진촬영을 하며 그는 애교스런 고민도 말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요새 트러블이 자꾸 생긴다"면서 두 볼을 감쌌다.


문득 백 이사의 브랜드 마케팅이 상당히 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자신있게 보여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꾸미지 않은 모습이 가장 파격적이다. 백 이사는 '세련된 파격'이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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