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영국중앙은행(BOE)의 양적완화 확대, 중국 인민은행의 예금·대출 금리 인하, 미국의 고용지표 및 서비스업 지수 발표 등 다양한 영향요인이 있었지만 끝내 ECB 총재의 한마디에 무너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에 일부 하방리스크가 나타나고 있고, 일부 리스크는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이 투자자의 손을 지배한 것이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 대비 47.15포인트(0.36%) 떨어진 1만2896.67로 거래를 마쳤다.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6.39포인트(0.47%) 하락한 1367.62로, 나스닥 지수는 0.04포인트(0.0%) 오른 2976.12로 장을 마감했다.
◆ECB 금리인하=ECB는 이날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0.75%로 결정했다. 유로존이 만들어진 이래로 가장 낮은 금리다. 또 예금금리를 0~0,25%로 하향 조정했고, 대출금리도 1.75%에서 1.5%로 내렸다.
유럽의 경제 위기가 예상 밖으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데다 유럽이외의 다른 국가들로 경제 위기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제임스 닉슨 소시에떼 제네럴 유럽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예상이 있었던 만큼 기준금리를 변화시킨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그보다 예금금리를 제로(0.00%) 수준으로 낮춘 것은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유럽증시와 뉴욕증시는 주저앉았다.
◆BOE 금리동결, 양적완화 확대=같은날 BOE는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BOE는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채권매입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향후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게 나타나면서 BOE가 경기 부양을 위한 노력을 두달만에 재개한 것이라고 전했다.
통화정책위원회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3250억파운드에서 3750억파운드로 500억파운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영국 경제를 되살리고, 인플레이션 압박도 줄이겠다는 목표다.
◆中 인민은행 예금·대출 금리 인하=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예금·대출 금리를 기습 인하했다. 지난달 은행금리를 조정한 이후 한달만에 또 은행금리를 낮춘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또 1년 만기 대출 금리는 31bp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년만기 예금금리는 3.00%로 결정됐고, 대출금 리는 6.00%로 조정됐다.
시중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자율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범위도 확대했다. 인민은행은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는 한도를 최대 30%까지로 확대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침체된 경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8년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내린 뒤에 지난달 4년여만에 금리를 내렸다. 침체되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셈이다.
◆미국 고용지표 개선, 서비스 지표 부진=미국 노동부는 24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한주동안 신규 실업수당을 청구 건수가 37만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전주 38만8000명(수정치)에 비해 1만4000명 감소한 결과다. 또 시장전망치 38만5000건도 하회했다.
기업들의 해고가 줄어들고, 경제 전망에 자신감을 찾은 기업들이 고용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서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6월 미국의 서비스업지수가 52.1로 53.7을 기록했던 전달에 비해 다소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치 53.0에도 다소 못 미치는 결과다.
ISM 서비스업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이 이상이면 경기가 확장된 것이고, 기준점 이하면 그 반대다. 블룸버그 통신은 서비스업 경기가 확장세는 유지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하방리스크 확대"=ECB와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BOE는 양적완화 정책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을 띄우기에 충분한 재료들이지만 이날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 앞에서는 무용지물 이었다.
드라기 ECB 총재는 경제하방리스크가 크고, 성장모멘텀은 떨어진다고 했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없고, 인플레이션 압박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고도 했다.
향후 양적완화 정책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부정적인 발언이다. 드라기 총채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고, 3년 만기 장기 대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 발표 이후 있었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로존 경제 전망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며 "일부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로존 경제성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성장 모멘텀도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기적으로 위험요인이 남아있지만 중ㆍ장기적으로 회복을 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 압박도 약화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올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이 낮아져 2%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채 매입과 장기 대출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견지했다. 그는 "비전통적인 방법들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며 "유럽재정안정메카니즘를 통해 당면한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부양책을 시행을 부인했다.
◆국제유가 하락=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5% 떨어진 배럴당 87.2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많은 427만배럴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WTI 가격은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엔콤패스 펀드의 마샬 베롤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유럽경제에 자극을 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시장은 유럽경제가 실질적으로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다른 대부분의 투자 시장이 하락했고,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만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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