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아름다운 배암....../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은 입술......스며라! 배암
서정주의 '화사(花蛇)'중에서
■화사(꽃뱀,유혈목이)는, 어린 시절 너불대라 불렀던 뱀이다. 어두운 녹색 위에 강렬한 주황빛이 비늘 윤곽을 따라 온몸을 두르고 있고 그것을 다시 감듯 강한 검정빛이 먹칠하듯 장식되어 있어서 온몸이 이름처럼 화려하다. 이 뱀을, 서정주는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향노루의 향기, 박하의 향기와 뱀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저 시선(詩仙)은 내가 저 위에 장황하게 설명한 몸빛깔을, 코끝으로 가져와 향기로 번역해낸 것이다. 저 뱀의 빛깔이, 여성의 몸냄새같은 향기가 은은히 감도는, 뒤안길이라니...뒤안길은 바로 은근한 여자의 속마음같은 길이다. 아름다움과 징그러움이 한 몸에 있는 저주와 슬픔. 사랑에 취한 어리어리한 남자를 향해 치명적인 계략을 품고 살그머니 스며드는, 여자라는 영원한 화두. 그 여자에 자주 미치는 사내들. 꽃뱀은 독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 입이 작아 사람을 물어 독니를 꽂을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제대로 물리면 죽는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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