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지난달 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행사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이후 24일째다.
지난해 12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군부대 방문 등 연이은 현지지도 공개활동을 펼친 김 1위원장임을 감안한다면 한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 1위원장과 함께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모습도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 장성택도 지난달 7일 김 1위원장과 함께 소년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장성택 이외 다른 북한 고위간부들은 6월에 열린 일련의 공개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지난달 19일 평양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노동당에서 사업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중앙보고대회가 열렸지만 여기에도 김 1위원장과 장성택은 나타나지 않았다.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당ㆍ정ㆍ군의 고위간부들이 모두 자리했다. 보통 중앙보고대회에 최고지도자가 불참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장성택이 자신보다 공식서열이 높고 나이도 많은 김영남이 참석했음에도 불참한 것은 눈길을 끈다. 장성택은 4월9일 평양에서 열린 김 위원장 추대 기념 중앙보고대회에도 김 1위원장과 함께 불참했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평양에서 창전거리 준공식을 성대히 열었다. 평양시 중심지역인 만수대지구에 자리 잡은 창전거리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은 올해 김1위원장의 업적으로 삼기 위해 북한이 야심 차게 준비한 대규모 수도 건설 사업이다. 김 위원장이 아들에게 물려준 '마지막 선물'인 창전거리는 그가 사망 직전까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인 곳이며 김 1위원장도 창전거리를 여러 번 찾으며 애정을 쏟았다.
그러나 창전거리 준공식에도 김 1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외부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창전거리 준공식에는 김영남, 최영림, 최룡해 등 북한 고위간부들이 모두 참석했지만 한때 오랫동안 수도 건설을 책임졌던 장성택도 불참했다. 김 1위원장과 장성택이 함께 모습을 감춘 데 대해 일각에서는 이 두 사람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을 개연성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김 위원장도 여름철이면 한 달 이상 공개석상에 나타나지않고 휴식을 취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김 1위원장과 장성택이 잠시 휴식을취하고 있을 것이란 추정에 더 무게를 둔다.
한 대북전문가는 "김정일도 여름철이면 평북 창성초대소나 자강도 강계 같은 데로 피서를 가곤 했다"며 "김정일 사망 이후 추모행사와 연이은 현지지도, 4월의 대규모 행사들을 치르느라 김정은의 심신이 많이 피로해져 잠시 지방에서 휴식을 취할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1위원장이 3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북한 권력층 내부의 혼란조짐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런 추정에 무게를 실어준다. 김 1위원장이 잠적한 기간에도 북한 당국이 그의 명의로 외국의 지도자들에게 축전을 띄우고 북한 주민들에게 감사와 선물을 보냈다는 점도 북한 권부내 별다른 급변사태가 없음을 뒷받침한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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