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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어이없이 도둑맞은 2조 투자 첨단기술

시계아이콘01분 04초 소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LG디스플레이(LGD)가 2조원 넘게 투자해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중요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검찰의 어제 수사 결과 발표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유출된 기술이 연내 시판 개시 예정인 55인치 TV용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제조 기술이라는 점이 우선 그렇다. 검찰에 따르면 유출된 기술이 삼성ㆍLG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ㆍ대만의 디스플레이 업체들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으로 추정되는 수출 유망 품목의 부품 제조 기술이 유출됐으니 두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도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 놀라운 점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끄는 삼성과 LG, 두 기업의 기술 보안상 허점이다. 범인으로 적발된 이스라엘 검사 장비 업체 오보텍의 한국 지사 직원들이 삼성ㆍLG 공장의 제조 결함 여부를 점검하는 일을 하면서 AM OLED 패널의 회로도를 촬영해 빼돌리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첨단 스파이 기법이 동원된 것도 아니었다. 점검 장비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시중에서 1만원이면 살 수 있는 신용카드형 USB 메모리에 저장하고 그것을 지갑ㆍ신발ㆍ허리띠에 숨겨 빼돌렸다. 삼성과 LG가 '종이 한 장 새나갈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장담해 온 것에 비추면 싱겁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구멍이 뚫린 셈이다.


기업에 의한 국제 조직범죄 혐의가 짙다는 점도 놀랍다. 오보텍 한국 지사 직원들은 AM OLED 기술 개발이 본격화된 지난해 8~10월에는 공장을 매일같이 드나들면서도 기술을 훔치지 않았다. 현장 상황과 내부 사정을 완전히 파악한 뒤인 11월부터야 기술 도둑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빼돌린 기술자료는 정리해 오보텍의 이스라엘 본사와 중국ㆍ대만 지사 등에 보냈다. 검찰은 기술 유출 경로와 추가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과의 수사 공조를 추진하기로 했다지만 이스라엘 쪽이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건을 오보텍 본사가 아닌 한국 지사만의 문제로, 또는 한국 지사 직원들의 개인 범죄로 돌리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보안은 일단 뚫리면 원상 복구가 안 된다. 새나간 기술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개별 기업과 국가의 두 차원에서 첨단ㆍ핵심 산업기술 보안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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