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조기업 시대…엔젤투자 활성화 정책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창업 활성화를 돕는 엔젤투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창업 초기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날개 없는 천사(엔젤)들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엔젤투자 활성화 정책에 힘입은 결과다.
28일 중소기업청(청장 송종호)에 따르면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등록한 엔젤투자자는 6월 현재 1400여명에 달한다. 엔젤투자지원센터는 중기청이 지난해 11월 엔젤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 설치한 기관이다. 7개월 만에 1400명이니 월 200명 꼴로 늘어난 셈이다.
엔젤투자는 1인 창조기업 등 창업 초기 기업에게 자금을 대는 것을 일컫는다. 창업기업이 제도권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을 만큼 기반을 갖출 때까지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창업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자금조달을 꼽지만 우리나라 창업자금 조달여건은 열악한 게 현실이다. 그만큼 엔젤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초반 벤처붐이 붕괴하며 투자열기가 급격히 냉각했고, 엔젤투자도 지속적으로 위축됐다. 지난 2010년 엔젤투자 금액은 326억원으로 2000년(5493억원)에 비해 94%가량 감소했다.
엔젤투자 침체의 원인에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구조적 요인도 있다.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에 보통 12년 이상이 걸리는 등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었던 것이다. 이병권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엔젤투자는 창업기업의 생존 및 성장에 필요한 자금 공급원으로 창업초기 성패를 좌우한다"며 "엔젤투자 없이는 창업활성화가 없다는 인식 하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젤투자 활성화 시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엔젤투자매칭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엔젤투자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투자금액의 20~40%로 확대했다. 엔젤투자 지원을 통해 창업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성과는 시나브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1000명을 돌파한 엔젤투자자 숫자가 다시 2개월 만에 400명이나 늘었다. 다수가 모인 엔젤클럽은 현재 41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 4월엔 캡스톤파트너스 마젤란기술투자 유니창업투자 등 3개 창투사를 1인 창조기업 펀드 운용사로 선정했다. 1인 창조기업은 중기청이 올해 창업 활성화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올해 1인 창조기업 지원에 1000억원을 배정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캡스톤 등 3개사는 총472억원 규모의 조합을 결성해 1인 창조기업을 돕는다.
정부는 국내 엔젤투자 규모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만큼 활성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9년 기준 미국의 엔젤투자자는 26만5000명, 엔젤투자 규모는 176억불에 달한다. 미국 전체 벤처 투자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벤처투자 중 엔젤투자가 3% 수준에 불과하다. 중기청 관계자는 "엔젤투자 활성화 노력이 올 하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나 내년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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