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 절차를 건너뛰어도 다음 상급심에서 피고인의 의사를 묻고 재판을 진행했다면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내연녀를 강제추행하고 상해를 입히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죄판결을 받은 박씨에 대해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상급심도 무효가 된다고 주장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내연녀 윤모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강제추행, 공갈, 상해, 감금을 일삼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각 사건일별 박씨가 윤씨를 만난 정황과 상처사진, 상해 진단서 등이 피해자의 주장을 입증한다고 판단하고 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지만 박씨에게 의사를 묻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2심에서는 박씨가 승소했다. 박씨와 윤씨의 휴대폰 문자 내역을 확인한 결과 각 사건 발생 기간 중에도 서로 애틋한 내용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아 박씨가 일방적으로 윤씨를 강압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증거들이 피해자 윤씨의 주장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1심 판단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에서는 1심에서 박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의사를 묻지 않아 절차상 문제로 원심도 무효라며 상고했다. 판례상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할 경우 이에 따리 이뤄진 소송행위도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에서 피고인 박씨에게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에 1심의 절차상 문제는 치유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대법 재판부는 "2심에서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안내하고 숙고 기회를 줬다. 피고인도 이후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한 점이 없다"며 박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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