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의 세비 반납이 아닌 '진짜 노동'을 원합니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19일 세비 반납을 결의하기 위해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세비 반납을 주도한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을 향해 '읍소'했다. 의원들은 '형식적인' 박수로 답했다. 노철래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노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노동자로 전락했으니 해외에서 웃음거리가 되겠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놓았다.
대다수 의원들은 총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세비 반납에 동의했다. '정치적 쇼'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정 개원일을 넘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야당의 등원을 압박하는 정치적 효과도 있다. 의원들이 반납한 15억원 규모의 세비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뒤 보훈단체나 사회복지분야에 기부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도 남았다. 논의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노동에 대한 취약한 인식수준을 드러냈다. 다수 의원들은 '무노동 무임금'이란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국민의 대표가 노동자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월급받기 위해 노동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동(勞動)은 몸을 움직여 일 한다는 뜻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사회의 유지에 필수적인 생산 활동'으로 규정한다. 왜 국회의원이 노동자여서는 안될까. 왜 노동을 하는 것이 해외에서 웃음거리가 될까. 그들의 말대로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일해서 사회의 유지에 필수적인 활동을 한다면 국민들은 기뻐할 것 같다.
그 가운데 "무노동 무임금은 산업현장에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탄압하는 수단"이라며 "왜 국회에서 이를 용인하려 하느냐"는 김성태 의원의 발언이 빛났다. 그는 "일회성 세비 반납이 아니라 국회를 빨리 열어 '진짜 노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사무실을 밝히는 청소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이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는 국회의원 세비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김 의원의 말처럼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점은 세비를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노동'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의미도, '국민의 대표'라는 권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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