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주식 시대의 종언이라는 특집 기사가 났다. 21세기에 진입한 이래 주식 투자가 과거 60년에 걸쳐 보여준 효험을 잃고 있다는 내용이다. 배당과 시세차익을 합쳐도 과거 20년(미국과 영국 증시의 경우) 수익률이 채권보다 낮고 향후 기대수익률도 어둡다는 얘기다. 심지어 미국이나 선진국 일부에서는 좋은 기업들이 상장 폐지를 준비 중이거나 우량 비상장 기업들은 거래소보다 사모펀드를 선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만큼 공모 시장의 장점이 퇴색되고 있고 증시 상장을 통한 시세차익 실현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선진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증시도 금융위기 이후 반등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최근 5년 사이 주식투자 수익률은 실망스럽다. 더구나 유로존 위기로 심화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언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 지금으로서는 예상할 수 없다. 따라서 주식투자가들의 무력감은 또 다른 공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투자가들은 최근 1~2년 사이 대안 투자로 원자재나 금, 아니면 잘나가는 브릭스 국채를 선택했다. 또 전통적인 펀드보다 단기에 질러보는 랩 상품이나 '압축 포트폴리오' 펀드를 사거나 '안전하고 고수익(?)'인 주가연계증권(ELS)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이들 대안 상품도 단기로 반짝한 다음 최근 상황 악화로 고민스럽기는 주식과 마찬가지 입장이 됐다. 부동산 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평형을 줄여 재건축하겠다는 단지가 나올 정도로 대형 아파트 불패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골프장 회원권 값은 일본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안감은 팽배하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하향 추세를 돌리기는 역부족이다. 1000조원 가계 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됐고 이로 인한 소비 부진은 성장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2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8%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콜 금리가 3.25%인데 3년에서 20년 국채가 모두 50bp(0.5%) 안에 모여 있다. 이 정도로 돈이 갈 데가 없다는 것이고 투자심리가 악화돼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재테크 원칙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첫째, 부동산 자산을 총자산에서 50% 이하 수준으로 낮춘다. 둘째, 금융자산에서 50%는 반드시 은행저축이나 고정금리상품으로 들어간다. 셋째, 국민연금을 비롯해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형 상품에 우선적으로 자산을 배정한다. 넷째, 평균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면 총 금융자산의 30% 미만에서 주식이나 대안 상품에 가입하되 저성장 시대에 고수익 기대는 접어야 한다. 4% 이상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배당형 펀드나 혼합형 펀드에 가입해 연 6~8% 정도 수익을 겨냥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투자가들이 거의 제로 금리인 국채를 사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 고수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과거에 고수익을 노리다가 숱하게 쪽박을 차봐서 제로 금리 국채를 사는 것이다. 대한민국 성장의 신화가 끝났는데도 아직 성장시대의 미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투자가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유로 위기가 진행될 향후 몇 년 동안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많은 영역에서 일본이 지배하던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20개국(G20) 중 현재 우리가 잘하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재점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작정 희망으로 시장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와 실현 가능한 수익률의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다. 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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