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새벽 조찬 위계질서 엄격
밑바닥서 다진 경험 10년후 젊은 경영자로 우뚝
"회장님이 나의 롤모델" 일편단심 아버지 존경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현대가(家)의 교육은 밥상에서 시작된다. 정주영 명예회장 생전에는 매일 새벽 서울 청운동에서 온 집안 식구들이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소탈한 밥상이지만 위계질서만큼은 엄격했다.
1970년 정몽구 회장의 1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엄격한 가풍을 물려받았다. 아침식사를 하며 자연스레 어른을 공경하고 남을 배려하는 기본예절을 배운 것이다.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차곡차곡 쌓았음은 물론이다.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다음 해인 1994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밑바닥부터 다져나갔다. 부친인 정몽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부품부터 깨우쳐 나갔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정 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게 된다. 2002년 전무로 승진한데 이어 현대캐피탈 전무를 겸임했다.
정 부회장이 주목을 받게 된 시기는 2005년 기아차 사장직을 맡으면서부터다. 이때부터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리더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긍정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당시 30대 중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과연 기아차라는 거대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기아차 대표이사직을 맡기 전 정 부회장은 지인과 술잔을 기울이며 상당한 부담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그는 디자인 경영을 통해 완전히 불식시켰다. 아우디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해 디자인이 강조된 박스카 쏘울, '인기 종결자' K5를 선보이면서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옮긴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월 중국 시장에 선보인 YF쏘나타가 불과 5개월 만에 월 판매대수 1만대를 넘어서자 주변에서는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봤다. 현대차 이미지가 값싼 소형차에서 비중 있는 중형차로 뒤바뀌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쏘나타 판매를 위해 정 부회장은 한 달에도 수차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LA오토쇼. 정 부회장은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디자인과 품질에 집중 투자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말에는 자신감이 함축적으로 녹아들었다.
지난 3월 열린 현대제철 이사회. 정 부회장은 또다시 '부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사실상 자동차와 함께 그룹의 또 다른 축인 제철 경영까지 책임지게 됐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렸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제철 외에도 현대모비스 정보기술(IT) 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 외에 기아차와 현대엔지비, 현대오토에버 등의 비상근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얘기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했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강화를 외치기 시작한 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 관심의 대상을 내수로 전환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안방 수성이 최대 관심으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모터쇼 경영'으로 불릴 정도로 주요 해외 모터쇼에는 빠짐없이 참석했지만 올 들어 공식적인 방문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내수시장을 적극 방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전기차, 전자제어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먹여 살릴 신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데다 각 부문별로 부회장 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내 위상 강화에도 불구하고 외부 노출은 극도로 자제하는 편이다. 정 부회장은 다른 오너 3세보다 유난히 언론 노출이 적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근 들어 활발한 대외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은 여전히 '스텔스' 행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정몽구 회장과 관련이 있다. 아버지가 건재한데 아들이 전면으로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누구보다 정몽구 회장을 존경한다. 몇 년 전 지인들과 가진 사석에서 그는 “(정몽구) 회장님이 자신의 롤모델”이라는 흔치 않은 말로 존경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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