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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사? 간섭이사? '경영 외인부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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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사외이사제 도입 10년 세미나.. 기업내 역할론 놓고 격론

친구이사? 간섭이사? '경영 외인부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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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권한도 늘려야 한다."

"사외이사가 있었다면 이병철의 반도체 투자나 정주영의 조선 투자가 있을 수 있었을까?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지나치게 경영에 개입해도 문제다."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은 과연 기업에 '약'일까 '독'일까?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1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사외이사 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에선 학계와 시민단체, 기업 측 전문가들이 이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논쟁의 핵심은 사외이사가 기업 내부의 인물이 아닌 '외부인'이라는 데서 온다. 외부인으로서 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들을 꼬집어줄 수 있는 반면, 내부인보다 사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자칫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에 대해 '헛발질'을 할 우려도 있다. 이렇듯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에서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사외이사가 가진 외부인으로서의 독립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경제개혁연구소의 조사를 인용, "전체 사외이사 중 지배주주ㆍ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며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 일환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수 이상 두어야 하는 '대규모상장법인'의 기준을 자산 2조원에서 1조원으로 낮추고, 관계사 임원의 사외이사 냉각기간(선임금지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이사회 내 업무집행기관을 따로 두는 '집행임원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가 감독기관을 실효성 있게 수행하도록 하려면 이사회와 분리된 집행임원을 따로 둬야 한다"며 "입법이 어렵다면 상장규정ㆍ인센티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업 측 전문가는 사외이사의 전문성 확충 없이 권한만을 강화한다면 자칫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이 각각의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별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모든 안건을 처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내ㆍ외부교육이 필요하지만 체계적 교육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많은 기업에서 사외이사 제도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데도, 일반인들은 '거수기'로 오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안건을 올리기 전에 미리 경영진과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은 대부분 수정ㆍ조율된 것"이라며 "거수기란 표현은 이런 과정이 이사회 회의록에 기재되지 않아 생기는 오해"라고 덧붙였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국제투자기구 전문가 자격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이상혁 아시아기업지배구조위원회(ACGA) 연구이사의 중립적 시각은 돋보였다. 그는 "규제를 강화하면 법규 준수를 위한 기업들의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기업에 뿌리깊게 배어 있는 특유의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를 바꾸기 보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와 금융위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상법 개정안에 반영, 연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규모상장법인 기준 강화, 집행임원제 의무도입 등은 재계의 반대가 심해 법제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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