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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나면 에어컨 '빵빵'…해 지면 조명등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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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절반으로 감소 우려 "문 닫으면 손님 안와요" 한숨
새벽 2시에도 거리 간판 휘황찬란.. 업소 홍보겨냥 불 켜놓고 문 닫아


해 나면 에어컨 '빵빵'…해 지면 조명등 '펑펑' # 명동...활짝 열린 옷가게 - 1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의류 매장들은 정부의 에너지절감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연 채 에어컨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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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동취재팀]정부의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나. 지난 11일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 시행 첫 날. 에너지 과다 사용으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실생활에서의 에너지 절약은 여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본지 기동취재팀은 이날 오전ㆍ오후ㆍ심야 시간으로 나눠 강남과 명동, 남대문 등 주요 일대에서 에너지 사용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했다. 실내온도 규제가 엄격한 관공서 등 대형 빌딩을 비롯해 은행, 음식점, 영화관, 커피숍, 주점, 로드숍, 학교 등 시설을 둘러 봤다.

◆명동ㆍ남대문 '등골 오싹' vs. 관공서ㆍ은행 '후덥지근' = "문 닫으면 손님이 안 와요. 전부 출입문 활짝 열어 놓고 장사하는데 우리만 손해 볼 일 있나요? 매출이 뚝 떨어지는데…"


오후 2시. 서울 명동 일대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씨의 말이다. 박씨가 운영하는 커피숍은 유리 벽면 전체를 접이식으로 개조해 출입문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 내부에 들어서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다. 박씨는 "손님이 줄어도 벌금이 무서워 7월부터는 문 닫고 영업해야지 별 수 있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9월21일까지 전력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본격 가동했다. 이달에는 홍보ㆍ계도 활동와 함께 위반 업소에 대한 경고장을 발부하는 데 그치지만 다음 달부터는 위반 업체로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1회 적발 시 50만원, 2회에는 100만원, 3회에는 200만원, 4회 이상 시 300만원을 내야 한다.


명동과 동대문에 길게 늘어선 상점 대다수는 가까이 지나치기만 해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에어컨 바람이 강했다. 출입문은 거의 열려 있었고 심지어 문에 옷을 걸어 놓고 진열대로 사용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전원을 차단해 놓은 자동문에 기댄 채 호객 행위를 하던 안경점 직원은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시행 중인 것은 알지만 문을 닫아 놓으면 매출이 반으로 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출입문 자체가 없는 상점도 많았다. 출입문 없이 속옷장사를 하고 있는 신모씨는 "30년째 문 없이 장사를 했는데 이제 와서 문을 달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며 "문을 만들면 가게 규모가 절반으로 줄고 에어컨을 끄면 손님이 덥다고 난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점장은 "(출입문을 닫고 영업하는 것은) 인근 상점의 분위기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며 "백화점과 로드숍은 비교 대상이 아닌데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정부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반 대형빌딩보다 규제가 엄격한 관공서는 실내온도를 28℃ 이상에 맞추고 있었다. 서울시청 별관의 온도는 28.1℃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청을 찾은 김모씨는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며 "민원 상담하다 땀을 쏙 뺐다"고 전했다. 범국가적 절전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희망 찬 목소리도 들렸다. 실내온도가 26.8℃였던 남대문로 삼성생명빌딩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씨는 "밖이 워낙 더우니까 처음 건물에 들어오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10분만 앉아 있으면 금세 괜찮아진다"며 "자원 없는 나라에서 국가적으로 절전하는데 잘 따라야죠"라고 말했다.


해 나면 에어컨 '빵빵'…해 지면 조명등 '펑펑' # 건대..불켜고 퇴근 -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이동통신매장은 11 밤 영업이 끝난 후에도 환하게 불을 켜 두었다.



◆영화관ㆍ음식점, 긴팔 옷 입은 알바생 = 저녁 시간에는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 일대 영화관과 음식점을 찾았다. 오후 9시. 강남역 유니클로 매장 입구에는 '에너지 절약의 첫걸음 쿨비즈 유니클로가 함께 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쿨비즈 판매 취지가 무색할 만큼 1층 출입문은 활짝 열린 채로 10여개의 에어컨이 풀가동 중이었다.


같은 시간 강남역 M 일본 음식점. 직원들이 긴팔 옷을 입고 주문을 받고 있었다. 매장 내 에어컨 희망 온도는 18℃. 반팔 옷을 입으면 냉기가 느껴져 닭살이 돋을 정도다.


롯데시네마 강남점의 실내온도는 22℃였다. 에어컨 6대 중 3개는 강한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매표소 아르바이트생은 긴팔 남방 유니폼을 입고 일을 했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잘 모르거나 과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자동문을 개방한 채 에어컨 바람을 내뿜고 있는 T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씨는 "커피숍은 쉬기 위한 장소인데 더우면 오기 싫을 것 같다"며 "내가 지불하는 비싼 커피 값에 냉방비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안은 춥고, 밖은 밝은 심야 = "정부의 조치에 전혀 아는 바가 없어요. 내일 아침 사장님 오시면 알려드려야겠네요."


밤 11시.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문을 닫은 채 영업 중인 유일한 편의점을 발견하고선 점원 고모씨에게 물었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아느냐는 질문에 고씨는 "편의점 출입문을 닫는 습관은 문에 달린 방울 소리로 손님이 왔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나친 냉방과 함께 불필요한 전력 사용은 큰 문제였다. 새벽 2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에도 거리를 둘러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밤낮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정부가 심야 시간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불법 옥외조명을 결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치를 시행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건국대 일대 유흥가는 불야성이었다.


영업이 끝난 시간에도 간판을 켜 둔 가게는 수두룩했다. 한 통신사 대리점은 매장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조명이 환했다. 마침 셔터문을 내리는 주인에게 간판 불을 끄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혹시 지나가는 손님이 간판을 보면 가게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전단지 홍보보다 이 방법이 더 낫다"며 불을 켜둔 채 자리를 떴다.


<기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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