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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라디오] 형돈이와 대준이, 재미만이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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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은 분명, 어리석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웃자고 하는 농담을 죽을힘을 써서 만드는 사람은 틀림없이 현명한 창작자입니다. 앤디 샘버그의 론리 아일랜드가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되고, 유세윤의 UV가 록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에 초대받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이들이 유쾌하고 우스꽝스럽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웃음으로 무방비상태를 만들고 레트로라는 익숙함으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들의 작전은 편견이라는 장애물을 돌파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영리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정형돈과 데프콘의 합작 앨범인 <깽스타 랩 볼륨1> 역시 눈치 빠른 유머 앨범들의 사례를 잘 따라간 센스 있는 앨범일 줄 알았습니다. ‘올림픽대로’라는 제목이나 MC 날유의 피쳐링만 보고는 적절한 기획과 노련한 마케팅이 빚어낸 즐거운 해프닝일 줄 알았지요.


그러나 막상 공개된 이들의 음악은 기대 이상의 펀치를 날립니다. 형돈이와 MC 날유의 목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UV가 90년대 가요에 스며있는 R&B와 힙합의 무드를 받아들였다면, 형돈이와 대준이의 음악은 본토의 올드스쿨에 가까운 색깔을 보여줍니다. 특히 ‘안좋을 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는 하드코어한 분위기로 치장하는 대신 진짜 갱스터 랩의 정수를 포착하면서 유연하게 지역화시킨 작품입니다. 언제나 음악에 자신의 캐릭터를 심는 데프콘과 어떤 방송에 투입되더라도 ‘형돈이’라는 본연의 인물을 연기하던 두 사람이 보여주는 게토의 분위기는 의상과 공간, 랩 플로우와 가사에 너무나도 적절하게 녹아 있습니다. 말하자면 초기의 드렁큰 타이거가 보여준 틀에 거리의 시인들의 감수성을 뒤섞은, 한국 힙합 음악의 잃어버린 고리를 복원하는 그런 작업인 셈이지요. 지금이야 흑인풍의 댄스 음악으로 소용되지만, 사실 힙합은 삶을 노래하는 문화 전반에 대한 카테고리이며 태도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성취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미국인의 삶을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방식을 해석했습니다. 가진 것 없고 세련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을 노래하고, 그 노래로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게 되었습니다. 김포에서 후쿠오카까지 걸리는 시간, 아로마 마사지를 받는 시간, 올림픽대로가 막히는 시간 동안 내내 들어도 지겹지 않다면 재미가 아니라 재능을 발견했기 때문일 겁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고모 nin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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