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성 위한 지분 매입"…"계열분리 위한 포석" 전망은 일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지분 매입을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SK네트웍스 주식 100만주까지 사려고 합니다.”
최신원 SKC·SK텔레시스 회장이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으로 2대 주주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의 지분 매입은 아버지 고(故) 최종건 회장이 만든 회사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자 창업주의 적통을 지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그룹의 모기업인 선경직물이 모태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그룹의 적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1일과 22일 SK네트웍스 주식 각각 3000주를 매입해 총 31만6288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분율은 0.13%에 불과하지만 개인주주로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SK로 9714만2856주(39.14%)를 가지고 있으며, 112만6448주(0.45%)를 보유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이 2대주주다. 개인주주로는 최 회장에 이어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재원 부회장이 19만1661주(0.08%)를 보유하고 있다.
4일 오전 9시 기준 SK네트웍스 주가가 8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100만주를 채우기 위해서는 50억여원이 필요하다.
그는 “과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SK네트웍스의 주식이 모두 사라진 뼈아픈 경험을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은 분식회계 사태로 특수관계인의 소유 주식을 전량 무상 소각했는데 당시 최 회장은 주식 11만여주를 보유했었다. 이어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갔던 SK글로벌은 사명을 SK네트웍스로 변경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한 바 있다.
그런데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꾸준히 SK네트웍스의 지분을 늘리는 것은 그룹 계열 분리를 앞두고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보유 지분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계열 분리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은 틀렸다”고 일축했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장내 거래를 통해 SK케미칼 보통주 500주를 매입, 1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2월에는 그룹에 새로 편입한 SK하이닉스 주식 5000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SKC 주식 128만7051주, SK브로드밴드 25만8182주, SKC솔믹스 8만6330주, SK증권 2만주, SK텔레콤 2000주, ㈜SK 500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에서는 최 회장의 이 같은 지분 매입이 경영권 위협이나 계열 분리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이 최태원 회장과 사전에 주식 매입과 관련해 교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년 창사 60주년을 앞두고 상징적인 매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미 SKC와 건설, 케미칼, 가스 부문에 대한 경영권은 사실상 나눠 가진 상황이기 때문에 계열 분리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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