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진> 3-4회 MBC 토-일 밤 9시 50분
“제발, 제 말 좀 믿어주십시오.” 조선에 온 진혁(송승헌)은 수술을 할 때마다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신뢰를 웅변하고, 자신의 호소를 성공적인 결과로 증명해 보인다. 그는 3회에서 좌의정과 토막촌 여인을 살리는가 하면, 느닷없이 물로 투신한 춘홍(이소연)을 인공호흡으로 구한다. 그야말로 직업의 소명을 다한 구인의 연속이다. 그러나 진혁은 의료봉사를 다니던 미나(박민영)에게 그만하면 됐다던, 자신의 진단은 언제나 정확하니 환자에게 부질없는 희망을 주기보다는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게 의사라던 이였다. 그런 그가 조선에서는 “의사가 사람 살리는데 이유가 필요하냐”며 되묻는다. 이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고를 당한 미나에 대한 죄책감이라고 하기엔 진혁의 심적 갈등은 충분히 그려지지 못한 채 너무 빨리 조선으로 왔다. 진혁 앞에서 눈물로 호소한 영래(박민영) 때문이라고 하기에도 갑작스럽다. 진혁이 최선을 다해 낳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심에 의문이 드는 것은 현대에서 조선으로 이동한 진혁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내외적 갈등들을 촘촘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닥터 진>이 지금까지 이야기의 안정적인 윤곽을 잡는데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진혁의 최선을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는 일을 미룰 수 없다. 그리고 그 태동은 4회에서 미약하나마 시작된 듯하다. 속수무책으로 퍼지는 괴질을 지켜보던 진혁은 현대의학에 기대지 않고서는 자신이 이곳에서 할 수 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어쩌면 자신이 오만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아가 자신의 의술로 역사가 바뀔 수도 있음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닥터 진>은 뜻 모를 상황과 역사 속에 던져진 개인이 품어봄직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진혁을 향한 신뢰는 바로 이 질문들에 대한 그의 답을 들은 후에나 올 것이다.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진혁의 끝없는 문답이야말로 <닥터 진>이 잊지말아야할 믿음을 쌓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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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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