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요리하는 남자 ‘나물이네’ 김용환씨
“나물이님이 친정엄마보다 나아요.” 이 남자의 요리솜씨는 대한민국 초보 주부들의 친정엄마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다. 홀로 생활하며 터득한 싱글남 ‘생존전략’에서 나온 ‘비기(秘技)’이다.
월드컵으로 시끄러웠던 2002년도 실직(失職)상태에서 요리정보 홈페이지 ‘나물이네’(www.namool. com)를 오픈한 후 2003년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나물이의 생존전략>(영진닷컴)을 출간하면서 세상에 그는 ‘요리 잘하는 남자’로 알려지게 됐다. 요리에 대한 그의 도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이다.
“오늘날 남자가 요리를 한다고, 또 여자가 요리를 못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는 세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리하는 남자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여자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죠.” ‘요리하는 남성’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나물이’ 김용환(41)씨는 “생존을 위해 시작한 요리가 직업이 됐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지만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대학졸업 후 독립하면서 부터였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보다 경제적으로 쪼들렸다.
“없는 돈으로 정말 생존을 위해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밥을 해먹었습니다. 물론 그 자체는 즐거웠지요.” 지금까지 총 5권의 요리책을 발간했다. 지금까지 그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요리 레시피만 해도 1600개가 넘을 정도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이 좋았고 자신의 요리들이 책으로 정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는 요리책을 냈다.
그의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들은 하루 최대 3만 여명.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지난달 31일은 하루 8383명이 다녀갔다. 그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20대 초보 주부들이 많다. 그의 요리들은 모두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소박한 음식들이 주종을 이룬다.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조리방법도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매일 요리를 해야 하는 가정주부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그에게 요리를 잘하는 비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과 냉장고 속 재료를 썩히지 않고 다 소비하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요리를 한 후 설거지를 하는 것도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남자가 요리를 잘하면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웃는다. 남자가 요리를 하기에 불편한 주방문화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남자가 입어도 폼나는 앞치마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음식’의 의미를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요리를 할 줄 몰라 매일 라면만 먹어 심각하게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싱글남성, 또는 중년남성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 한 가지만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삼계탕’을 추천했다.
이유는 “그냥 푸욱 끓이면 되는 요리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성들이여 삼계탕을 끌이고 싶다면 지금 그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삼계탕을 검색해보라. 그는 현재 시골에 살면서 자연속에 녹아들며 조만간 출간한 6번째 요리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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