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EO들의 시장을 보는 눈
코스닥은 신흥시장 가운데 나스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1년 한 해 동안만 기업공개로 1조796억원, 유상증자로 6063억원을 조달했다. 게다가 2008년 이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껍질을 살포시 들춰보면 일부 한계기업의 불성실 공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뒤처진 투자문화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그늘도 존재한다. CEO들은 이처럼 양면적인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는 어떨지를 살펴봤다.
상장 후 기업 환경 개선 됐지만 “주변 시선 부담”
상장을 하면 일단 세제상 혜택을 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능력을 보유하게 되며 공신력 확대를 꾀할 수도 있다. CEO들은 코스닥에 상장한 것에 대해 대부분 만족감을 나타냈다. 코스닥 상장 후 기업 환경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CEO 61명(79.2%)이 이를 입증한다. 상장 전후를 비교할때 기업 환경에 변함이 없다고 답한 CEO는 11명(14.3%)이었다.
반면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6.5%(5명)에 불과했다. ‘기업 환경이 개선됐으니 CEO들의 속도 한결 편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경남 소재 한 제조업체 CEO는 “마치 유리상자안에 있는 것처럼 모든 시선을 신경 써야 한다”면서 “오히려 상장 전 속은 훨씬 편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래서 여러 CEO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상장 전에 속이 더 편했다고 답한 CEO가 절반에 가까웠다(44.2%, 44명). 그 외 다수(31명, 40.3%)는 전이나 후나 똑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대답속에는 약간의 불만이 녹아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닥 시장이 짊어진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구해봤다. 다소 이론적인 질문이었지만 아무래도 CEO들의 시각은 다르지 않을까 해서다. 우선 38명(47.4%)이 코스닥 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인 ‘투명성, 신뢰회복’을 꼽았다. ‘기관·외국인 투자자 확대’를 선택한 CEO도 다수(21명, 27.3%)있었다. 기관과 외국인은 통상 대형주로 몰린다. 한 업계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내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확대되지 않는 현상을 ‘악순환’에 빗대 설명했다.
일부 불안정한 소규모 기업들이 지수 변동폭을 높여 왔고, 기관과 외국인은 이를 경계하게 됐다. 때문에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 위주로 편성됐고, 이는 지수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래서 인지 21명의 CEO가 지적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확대’는 비단 ‘확대가 필요하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 외 개인투자자의 투자성향 개선을 지적한 CEO도 16.9%(13명)를 차지했다.
테마주 강세 편승한 신사업 행보도 많아
흔히 기업의 최대 목적은 수익창출이라고 한다. 하지만 코스닥 기업에게는 그 보다 앞선 과제가 있었다. 신사업 진출이다. 무려 42.9%(33명)의 CEO가 올해 최대과제로 신사업 진출을 꼽았다. 신사업 진출은 기존의 기술을 활용하여 시장 범위를 넓혀가는 형태가 많다. 일례로 최근 한 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는 모바일 솔루션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또, 광(光)픽업 전문회사는 핵심기술을 헬스케어에 적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에 있어 신사업진출이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너도나도 신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육성정책 등에 힘입은 테마주들이 연일 강세를 나타낸 데 편승한 행보”라고 꼬집기도 했다. 때문에 신사업의 진출 배경과 내용에 대해서는 꼼꼼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뒤이은 과제는 역시 ‘수익 극대화’로 35.1%의 비중을 차지했다.
정해진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려면 몇 가지 요소가 뒷받침 돼야 한다.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 여러 CEO들(30명, 39%)이 ‘업계 과당경쟁’을 업무 수행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걸림돌로 ‘전문인력 부족’을 꼽았다. 인천 소재 한 개발업체 IR담당자는 “코스닥 기업 약 1020개 중 대기업이 20%, 중견기업이 30%를 차지하고 나머지 50%는 중소기업”이라면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인력수급이 원활치 못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전문 인력이 대기업으로 몰리다 보니 기업 측에서 원하는 인력 채용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이직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 밖에 조직역동성 부족, 예측불허의 기술 방향, 산업인프라 부족, 사회 인식 및 정부 규제 등의 기타 답변도 15.6%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
코스닥 기업에는 IR담당자가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IR담당자가 홍보 업무를 도맡기도 하고 홍보담당자를 따로 둔 기업도 있다. 경기 소재 한 IR담당자는 “상장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업무가 겹쳐 IR업무를 수행하기가 버겁다”면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적이 있다. 이는 다른 말로, ‘홍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 곳이 잘 없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코스닥 기업에서 홍보활동에는 크게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 답변에서도 잘 드러난다. 홍보 및 소통 채널로 채택하고 있는 SNS를 묻는 질문에 ‘아직 없다’고 답변한 CEO가 절반 이상인 54.5%를 차지했다. 그 밖에 블로그, 페이스북을 비슷한 수준(각각 20.8%, 16.9% )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복수응답을 한 기업은 5.2%였다.
지난 2011년. 코스닥 기업에 처음으로 IFRS(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왈가왈부 말도 많았다. 갑자기 도입된 기준에 적응하느라 혼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 실제로 도입되던 해 첫 공시 때는 미비점도 많이 노출됐었다. 지난해 1분기 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당시 12월 결산법인 기업이었던 코스닥 업체의 73.9%에서 미비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도입 1년여. IFRS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다. ‘IFRS의 도입으로 회계처리 과정이 수월해 졌다’라는 질의에 답변자의 55.9%(43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종전과 변함이 없다고 답한 21명(27.3%)을 제외하면 IFRS로 처리과정이 수월해졌다고 답한 CEO는 13명(16.9%)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 중 84.4%에서 IFRS전문 인력을 1명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IFRS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도 15.6%나 됐다.
CEO 84% “우리회사 주가 저평가돼 있다”
개개 기업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코스닥 시장은 결국 지수로 평가된다. 최근 3년간 코스닥 지수는 500선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2000년 IT버블에 힘입어 최고 2834까지 폭등했던 것을 상기해 본다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CEO의 44.2%(34명)은 올 하반기 코스닥 지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상반기에 비해 나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것. 한편,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내다본 의견도 41.6%(32명)에 이르렀다. 부정적인 전망은 14.3%(11명)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기업의 68.9%는 주가가 1000원 이상~1만원 이하다. 주가가 가장 낮은 곳은 323원이었으며 주당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11만1000원이었다(5월18일 기준). 자사 주가에 대해서는 대다수(65명, 84.4%)가 ‘저평가돼있다’고 응답했다. 주가가 적당한 선이라고 답한 CEO는 9명(11.7%)이었으며 저평가돼 있지 않다고 답한 CEO도 3명(3.9%)있었다.
대부분의 CEO들이 자사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지만 스스로를 몇 점짜리 CEO라 생각하느냐하는 항목에서는 다소 망설인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스스로를 ‘A’ 등급 CEO라 칭한 응답자는 8명(10.4%)에 불과했으며 대다수(48명, 62.3%)는 B등급, 26%(20명)은 C등급으로 평가했다. 심지어 최저점인 E등급에 체크한 CEO도 1.3%(1명)로 집계됐다.
코스닥에 상장해 기업환경을 개선시키고, 급변하는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 신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다소 ‘신경 쓰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 그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현재 회사의 CEO가 되겠냐’고 물었다. 100% 가까이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75.4%(58명)만이 긍정의 대답을 건넸다.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18명(23.4%)과 그렇지 않다고 한 1명(1.3%)의 CEO에게 어떠한 ‘사연’이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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