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풋옵션에 투자한 뒤 주가하락을 노리고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사제 폭탄을 터트린 일당에 대해 대법원이 '폭발물'이 아닌 '폭발성 있는 물건'으로 해석하고 사건판단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공공시설에서 사제폭탄을 터트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해 징역 4년에 처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6월에 처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김씨 등 지난해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풋옵션에 투자한 뒤 사회 혼란을 조장해 이득을 보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제폭탄을 서울역과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 대합실의 물품보관소 등에서 터뜨렸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조한 폭발물을 서울역과 강남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터트려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사회 혼란을 유발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형이 줄었다. 2심 재판부는 "폭발물을 터트렸지만 위력이 크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김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김씨 등이 터트린 폭탄이 형법상 '폭발물'이 아닌 '폭발성 있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사건을 다시 심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품보관소 안에서 약한 폭발이 일어났을 뿐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제작물은 사람의 신체·재산을 경미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정도에 그쳐 사회의 안전과 평온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는 부족한 파괴력과 위험성을 갖춘 물건이라 할 수 있다"며 "원심은 피고인에 폭발물 사용죄를 적용했지만 이는 법리를 오해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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