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댄스 서바이벌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2>의 막이 올랐습니다. 도전자 명단이 발표 되고나면 흔히들 심심파적 우승자부터 점쳐보게 되는데요. 저는 여러모로 저울질 해본 결과 최적의 여건을 갖춘 배우 최여진 씨와 리듬체조 요정 신지수 씨가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리라 예상했고 ‘프롤로그’ 때만 해도, 아니 지난 주 최여진-박진우 팀이 첫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그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주엔 승부욕이 남다를 신지수 씨가 라이벌 최여진 씨를 뛰어넘는 뭔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아니면 매주 눈에 띄게 달라지는 배우 예지원 씨의 열정이 폭발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이번 주 스탠더드 미션이 ‘탱고’였기 때문이에요. 관능과 정열로 대변되는 탱고, 왠지 팔색조 매력의 예지원 씨에게 잘 어울리지 않나요? SBS 주말극 <맛있는 인생>에다가 연극, 댄스 도전까지, 몸이 열개 개라도 부족할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링커를 맞으며 고군분투 중이라는 예지원 씨, 역시나 팜므파탈한 특유의 매력이 돋보이는 무대가 펼쳐지더군요. 고혹적인 눈빛에 담긴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 탱고의 느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효연 씨, 앞으로도 멋진 모습 기대할 게요
그런데 예상을 깨고 이번 주 우승자는 소녀시대 멤버 효연-김형석 팀이었습니다. 그것도 탱고로 우승을 차지한 거예요.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예지원-배지호 팀이 22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고 프롤로그에 이어 첫 회까지 두 차례나 우승을 거머쥔 바 있는 최여진 씨 팀과는 동점이었지만 문자 투표에서 현저히 앞선 모양이더군요. 물론 춤 잘 추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효연 씨인지라 어느 정도 이름값을 해내리라는 믿음은 있었어요. 그러나 단 시간 내에 이 정도 실력을 발휘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이야. 더구나 1회 때 선보였던 탱고가 미흡한 감이 있었기에 스탠더드 미션 탱고가 아닌 라틴 미션 차차차를 추게 되길 바랐거든요. 아이돌이자 걸 그룹 멤버 입장에서는 파트너와 적극 교감해야 하는 성숙한 감성의 탱고보다는 경쾌한 스텝의 차차차가 훨씬 덜 부담스럽지 않겠어요? 그러나 예상을 깨고 파격적인 키스신까지 연출하며 멋지게 탱고를 소화해낸 효연 씨와 파트너 김형석 씨에게 칭찬과 더불어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고백하자면 효연 씨의 도전 소식을 들었을 때 마뜩치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게 사실이에요. 왜일지 짐작이 가시죠? 다름 아닌 아이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돌들 바쁜 거야 전 국민이 다 아는 일, 해외까지 넘나드는 숨 가쁜 그룹 활동과 매주 주어진 미션을 완벽하게 소화해내야 하는 댄스 서바이벌을 병행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그러나 이번 무대로 그런 우려 따위는 씻은 듯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느새 최종 우승 후보 예상 명단에 효연 씨 이름을 올려놓게 되네요. 아마 이 우승이 효연 씨에겐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인생의 전환점이 됐지 싶어요. 부디 이 시점의 호흡을 최종일까지 흐트러트리지 말고 잘 유지해줬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노력이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효연 씨만 하루가 달리 발전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영국 BBC로부터 포맷을 사들여 세계 수십 개에 국가에서 방송 중인 <댄싱 위드 더 스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풍요롭지 못한 제작 여건에도, 또 짧고 얕은 저변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 부럽지 않게 빛이 날 수 있는 건 도전자들의 남다른 열정일 겁니다. 더구나 이번 시즌 2는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이 뚜렷했던 시즌 1에 비해 실력 편차가 크게 도드라지지 않아 회가 거듭될수록 혼전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드디어 3회 만에 라이벌 선우재덕 씨를 앞서기 시작한 유쾌한 매력의 분위기 메이커 이훈 씨,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는 축구 스타 송종국 씨, 혼신을 다한 노력으로 당당히 꼴찌에서 탈출한 당구선수 김가영 등 후미 그룹 주자들의 선전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지난 주 건축가 김원철-손진주 팀에 이어 격투기 선수 데니스 강-김수경 팀이 이번 주 탈락자로 결정되었죠.
앞으로도 어김없이 매주 탈락자가 나오겠지만 우승보다 중요한 건 이력과 경력을 내려놓은 새로운 도전일 겁니다. “춤이란 일탈이다”라고 정의한 김원철 씨의 말과 “춤으로써 뭔가를 이루기보다 춤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파트너 손진주 씨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또 살면서 이런 색다른 경험과 몸짓을 해본 것도 처음이다, 워킹 맘으로 살다가 공주 같은 기분을 느껴 행복하다는 방송인 최은경 씨의 얘기도 마음에 와 닿았어요. 도전자 여러분의 최선을 다한 노력과 용기가 지지부진한 삶에 안주해 있는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