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수입식품 운송거리(푸드 마일리지)가 지난 2003년 이후 빠른 속도로 증대해 10년도 안 되는 사이 두 배 이상이 됐다. 2003년 3456tㆍ㎞에서 2010년 그 2배인 7085tㆍ㎞로 증대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다. 지난해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되어 푸드 마일리지가 더 증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기간 영국ㆍ프랑스ㆍ일본의 푸드 마일리지는 소폭이나마 감소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1인당 수입식품 푸드 마일리지는 품목별로 해외 생산지에서 국내 소비지까지 수송된 거리에 수입량을 곱해 모두 더한 뒤 국민 수로 나눈 값이다. 이것이 증대했다는 것은 식품 수입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2004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비롯한 무역자유화 확대와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 증가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효된 한ㆍ유럽연합(EU) FTA와 올해 발효된 한ㆍ미 FTA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푸드 마일리지가 더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드 마일리지의 증대는 수송수단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져 지구 환경을 해친다. 식품 수입에 의한 우리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1년 106㎏에서 2010년 142㎏으로 34%나 증가했다. 식량자급률 제고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국제적 대의에 동참하는 차원에서도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시한 대책 방향은 뜬금없어 보인다. '우리 밥상에서 신토불이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국민 감정에 호소하면서 '식품의 녹색소비'와 '실생활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강조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나라들과 FTA를 체결해 원거리 수입이 늘어나는 바람에 급증하는 푸드 마일리지를 녹색소비로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까. 농업 기반 붕괴나 가축용 사료 수입 급증 등 산업구조적 문제를 실생활에서 개인의 녹색노력으로 과연 얼마나 풀어낼 수 있을까.
훨씬 더 과학적인 분석과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요구된다. 수입 식품만이 아니라 국내산 식품도 포함한 다면적 푸드 마일리지 통계가 필요하고, 국가별 비교에서는 지리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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