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내은행의 총 자산은 1969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59%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에서 한국은 올해 3.5% 성장한 이후 2013~17년 연평균 4%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로 현재와 같은 '예대 업무' 중심의 양적 성장 모델로는 경쟁 과열과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1997년 257개에서 1998년 외환위기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2002년 103개로 감소했다.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6월 말 현재 131개 수준까지 늘었지만 아직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 은행의 전체 이익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도 2001년 2.8%에서 2011년 상반기 중 4.6%로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신고액 기준) 규모는 2001년 64억달러 수준에서 2006년 185억달러, 2007년 300억달러, 2011년에는 445억달러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국내 경제의 무역의존도(무역량/GDP)도 2001년 57.8%에서 2010년에는 100%를 상회하면서 해외투자와 무역의 증가로 무역금융,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글로벌 자금관리 서비스(GCMS) 등 기업의 국제금융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이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 준비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지점이나 신흥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인도의 첸나이 지점 개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이러한 국제금융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 투자은행(IB), 자본시장 업무 간의 상호 연계를 통한 새로운 업무 및 해외 영업망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과 글로벌 기업의 무역금융 서비스 지원을 위해 미국 웰스파고와 함께 이달 중 홍콩에 무역금융센터를 설립한다.
현재 유럽과 미국계 은행들의 해외 사업 확대는 상당 기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 지역의 재정위기가 유럽 은행들의 부실화로 이어지면서 이 지역 은행들은 자본 재확충을 위한 자산 매각 등으로 해외사업을 축소하고 있고, 미국 은행들도 아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해 해외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접적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이 과거에 비해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아시아 등 신흥시장과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해외진출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의 글로벌 자금관리 및 지급결제, 재무, 각종 외국환 관련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어 외환은행도 이들을 지원하고 약화된 미국 내 영업망을 회복하기 위해 은행 라이선스 재취득 및 교포은행 인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중남미에도 네트워크를 확대할 예정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총비용을 절감하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과 함께 이미 포화 상태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국내 금융시장으로부터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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