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17일 오후 대학로 스페이스엔유에서 만난 성두섭(30)과 신성민(28)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풍월주'를 향한 관객들의 엄청난 기대감을 반영한 탓이다. '풍월주'에서 성두섭과 신성민은 극 중 두 남자 기생인 '열'과 '사담' 역으로 등장한다. 불과 두 살 터울이지만 뮤지컬 배우로서 둘 사이의 간극은 엄청나다. '풍월주' 이전 '그리스'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두 편의 필모그래피를 가졌을 뿐인 신성민과는 달리 2005년 데뷔한 성두섭은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든 '중견' 뮤지컬 연기자다.
'옥탑방 고양이' '극적인 하룻밤' '밀당의 탄생' 등 다수의 초연 뮤지컬에 참여했던 성두섭은 뻔한 소재인 삼각관계를 풀어가는 '풍월주'의 신선한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근사한 넘버들도 기존 창작 뮤지컬들보다 우월했다. 더욱이 열이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를 이끄는 멋진 캐릭터라는 점은 그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초짜' 신성민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다. 창작 뮤지컬이 처음인 신성민은 스태프와의 협업을 통해 변해가는 대본과 노래로 작업하는 환경이 어색했다. '모든 것이 부족한 것 천지다"라는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말한다. 성두섭, 김재범, 이율 등 선배 배우들의 존재는 신성민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대본이 안 풀리고 노래가 안 될 때마다 그는 선배들이 던지는 충고 한 마디에 힘을 얻었다.
성두섭과 신성민의 앙상블은 꽤 근사하다. 생략과 상징으로 가득한 대본의 빈틈은 둘의 짜릿한 화학반응으로 채워진다. 묘하게도 성두섭과 신성민은 서로 닮았다. 공교롭게도 둘 다 스테디셀러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닥터 리' 역을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성민은 성두섭을 두고 "모든 것을 닮고 싶은 멋진 형이에요. 말 그대로 '간지' 남이죠.(웃음)"라고 치켜올린다. "성실한데다 영리해요. 무심하게 '툭' 던지는 충고 한 마디도 고스란히 흡수하는 '스폰지' 같은 친구죠."라고 성두섭이 화답한다. 데자뷔. 일순간 배우 성두섭과 신성민은 사라지고, 절절한 우정을 나누는 운루의 열과 사담으로 탈바꿈해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ㆍ사진 이준구(ARC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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