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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씨, 참 괜찮은 사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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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씨, 참 괜찮은 사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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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씨, 참 괜찮은 사람이었군요

제가 수년 째 ‘괜찮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 중인데요. 지난주 tvN <현장 토크쇼 택시>와 KBS <이야기쇼 두드림>을 통해 정답에 한층 가까워졌지 싶어요. 배두나 씨처럼 사는 사람이 바로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요? 신인이자 단역이었던 1999년 영화 <링> 출연 당시 느꼈던 무시와 설움, 그걸 지금껏 또렷이 기억하기에 요즘 현장에서 단역 배우들이 소홀한 대접을 받으면 그냥 보고 지나치지를 못한다는 배두나 씨.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배두나 씨의 배려에 대한 얘기들이 들려옵니다.


거장 감독들도 두나 씨의 진가를 알아본 거죠


배두나 씨, 참 괜찮은 사람이었군요 <공기인형>이나 <복수는 나의 것>처럼 흥행 성적과 상관 없이 빛났던 두나 씨를 거장들은 진작에 알아봤죠.

<현장 토크쇼 택시>에서 듣자니 강동원 씨도 데뷔작 MBC <위풍당당 그녀>로 만난 배두나 씨를 그렇게나 신뢰한다는데 서지석 씨 역시 인터뷰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연기자로 MBC <글로리아>의 상대역 배두나 씨를 꼽더라고요. 사실 저는 대부분이 그렇듯 선생님 소리를 듣는 중견배우 이름 석 자가 나오겠거니 기다리고 있다가 배두나 씨를 거론하기에 살짝 놀랐어요. 서지석 씨는 배두나 씨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이런 거구나. 상대 배우가 주는 걸 이렇게 받아가며 연기하는거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해요. 또한 연기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다더군요. 그래서 서지석 씨도 그 후로는 배운 대로 상대방을 좀 더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서지석 씨의 연기가 뭔가 달라졌던 게 그 시점이지 싶어요.


이처럼 사람은 둘로 나눌 수 있죠. 배두나 씨나 서지석 씨 같이 경험을 토대로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저 물 흘리듯 흘려보내고 마는 사람도 있잖아요. 배두나 씨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비롯한 몇몇 작품으로 흥행참패 배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실패를 겪은 바 있죠. 거듭되는 흥행 실패에 오죽하면 영화 <괴물> 촬영 당시 흥행 불안 요소인 배두나를 초반에 죽여야 한다는 댓글이 등장할 정도였지만 보란 듯이 1380만 관객이라는 대기록을 이뤄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아마 드디어 내가 해냈다며 쾌재를 불렀을 거예요. 그러나 소신껏 선택했고 열심히 연기했던 <플란더스의 개>가 생각나 펑펑 울었다면서요. 상대적으로 느껴졌던 좌절감, 뭔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남들은 실패라고 불렀던 노력들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어요. 흥행이 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보고 배두나 씨에게 반하는 감독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요. <공기인형>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캐스팅했고 워쇼스키 감독 형제와 톰 티크베어 감독도 <공기인형>과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배두나 씨를 택했다고요? 역시 거장들답게 진가를 알아본 거죠.


나 자신으로서, 부모로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해주셨어요


배두나 씨, 참 괜찮은 사람이었군요 <현장 토크쇼 택시>와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배두나 씨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던 시간들, 반가웠습니다


“연습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성과가 눈앞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한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야기쇼 두드림>에서의 조언, 인상 깊었습니다. 배두나 씨와 같은 또래, 또는 동생 같은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었지만 환갑을 향해 달려가는 저에게도 어떤 명사의 강의보다 뜻 깊었어요. 또 속마음을 내보여야 될 때는 되도록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작은 찬사에 동요되지 말고 큰 비난에 아파하지 말자’는 좌우명도 가슴을 파고들더군요. 비난을 받아도 ‘아니야, 나 괜찮은 사람이야’, 칭찬을 받아도 ‘아니 나 그 정도는 아닌데’ 하며 스스로를 컨트롤한다는데 모두가 새겨들어 두면 좋을 말이지 싶어요. 배두나 씨는 그 나이에 벌써 어떻게 그런 혜안을 지니게 된 걸까요? 늘 느끼는 거지만 괜찮은 사람은 거저 생겨나는 게 아니죠. 괜찮은 사람 뒤에는 언제나 괜찮은 부모님이 계시기 마련입니다. 배우의 길을 제시했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신, 열등감이 배우의 적이라고 알려주신 어머니, 배두나는 20년 나의 기획 상품이니 믿고 써보라고 당당히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계셨기에 스스로 늘 괜찮은 사람이라고 되뇔 수 있었을 거예요. 부모로서의 저, 그리고 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두루두루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하나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겁이 날 지경이에요.


영화 <공기인형>에서 배두나 씨가 연기한 공기인형 노조미는 인형 제작소를 찾아갔다가 자신과 똑 닮은 수많은 인형들을 보고 절망하죠.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노조미의 생각이 바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 텐데요. 처음엔 같은 모양으로 태어났지만 얼마나 사랑을 받았느냐에 따라 인형의 모양새며 느낌이 달라지듯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 괜찮은 사람 배두나 씨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던 시간들, 반가웠습니다.


배두나 씨, 참 괜찮은 사람이었군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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