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 교내 행진하며 “서 총장 물러나라” 시위하자 서 총장, “학교 잘 됐다 생각될 때 물러날 것”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한 동안 잠잠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교수협의회(회장 경종민)가 서남표 총장에게 “사퇴시기를 밝히라”라며 교내시위를 벌였고 학교 쪽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선에서 서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교협 총회나 운영위원회에서 몇 차례 강도 높은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이들의 주장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8일 교협은 임시총회를 열고 서 총장에게 “오는 15일까지 거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서남표 총장 즉각사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대학본부까지 교내행진을 벌였다. KAIST교수들이 개교 후 처음 시위까지 벌인 것이다.
교수협은 성명서에서 ▲잘못을 사과하고 (교수의) 경찰고소를 취하하라 ▲독선적 학교운영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KAIST를 총체적 난국으로 빠지게 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이달 15일까지 서 총장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서 총장 사퇴’를 물리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교수협이 행동으로 자신들의 뜻을 밝힌 배경엔 서 총장에 대한 믿음이 깨진 게 원인이다.
지난해 학생과 교수들의 자살 뒤 서 총장의 독단적 학교운영으로 희생이 생겼고 이어 학내 특허도용논란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서 총장은 특허도용과 관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교수협은 서 총장의 퇴진만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서 총장에게 여러 경로로 퇴진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서 총장은 14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교수협의회에 “빠른 학교 안정과 사실관계에 기초한 민주적 소통구조 확립을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공개토론회는 특허사건과 교수임용 의혹 등 지난 1년간 교수협이 제기한 많은 의혹들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은 또 “학교본부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교수·학생·직원·학교본부·총동창회·학부모대표가 참여하는 ‘(가칭)KAIST 대통합 소통위원회’를 발족, 구성원 협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대통합소통위원회는 15명 안팎의 위원들이 참가해 ▲구성원 밀착형 정책과제 발굴 ▲소통중심 학교 문화 학립 등의 정책과 사안에 대한 자문역할을 맡는다.
서 총장은 기자회견 뒤 “사심이 없다. 모든 결정이 KAIST를 위해 좋게 결정하려고 노력해왔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KAIST가 잘 돼야 한국 대학이 잘 되고 한국사회가 잘 된다. 반대하는 의견도 좋은 의견이 있다. 앞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서 해결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훈 교학부총장은 사건본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 총장 임기가 4년인데) 일부 교수들이 총장의 퇴임일자를 2년 전으로 정하고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7월전 퇴임을 기정사실화하고 그것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총장은 “(나의 퇴임은) KAIST에 좋으냐 안 좋으냐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2014년까지 임명받은 사람이다. KAIST가 잘 되면 언제고 떠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마음으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수들의 사퇴압력으로 떠나는 모양새는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서 총장은 “내 생각으론 러플린총장에 이어 또 밀려나가면 KAIST가 굉장히 어렵다. 대학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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