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동일한 상여금 지급 등 줄이어…고용불안은 숙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은행권의 비정규직 직원들도 정규직 직원들처럼 보너스를 받을까.
최근 산업은행이 비정규직 직원에게 보너스, 즉 상여금을 지급한 것이 화제가 되면서 은행권의 비정규직 직원 대우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도 상여금을 지급한다. 임금 차이는 있지만 초과 성과급에 대해서는 동일한 비율을 지급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 불안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고용인력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기존 정규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여기에 경기불안과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구직자들은 비정규직이라도 감지덕지하는 심정으로 우선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점차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고 특히 비정규직 직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이 오히려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에 은행권에서도 2007년부터 비정규직으로 뽑은 창구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혹은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무기 계약직은 말 그대로 계약직이지만 정해진 기간을 두지 않고 고용해 정년을 보장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단행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007년 3월 은행 창구 직원, 콜센터 직원 등 비정규직 3076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비정규직은 고졸 텔러직, 전문계약직 등 600여명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계약직 인력은 거의 전문계약직이라 개별 계약하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임금 체계가 다르다"면서 "하지만 고졸 텔러직의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다 똑같이 준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2007년 10월 노사 합의로 무기 계약직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전체 직원의 22% 정도인 4800여명이 무기 계약직이다. 복리후생은 물론, 상여금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받는다. 지난해 12월 정규직과 무기 계약직 모두에게 150%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현재 기간제 계약직은 800여명으로 2년 후에는 모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밖에 신한ㆍ외환ㆍ기업은행 또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에게 차등 없이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2년간 비정규직 후 심사를 거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갖췄다.
하나은행은 현재 영업점에서 근무 중인 '빠른 창구' 계약직 텔러들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전형 과정을 진행 중이다.
당초 이 직종에 대한 채용은 연중 수시로 필요 시 진행돼 왔고,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요건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 2회 공개채용 형식으로 정기적으로 채용하고 일정 근무기간 경과 후에는 전형 통과 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3월 취임한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올해 당면 과제 중 하나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꼽았기 때문.
당시 김 행장은 "보통 2년 계약인 비정규직 직원의 경우 고용 불안감 때문에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직원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전체 직원 9000여명 중 11%가 비정규직으로 4대 시중은행 중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계약직 텔러들의 무기 계약직 전환과 같은 많은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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