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 건강캠페인:“나 살려면 Na(나트륨·소금)를 줄여라” 경계 경보
점심시간. 간단히 점심 한 끼를 때우고자 직장인 김모(35)씨는 회사 근처 냉면집에서 열무냉면 한 그릇을 시켰다. 날이 더워 얼음이 동동 뜬 열무김치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신 그가 섭취한 나트륨 함량은 어느 정도일까? 간단히 냉면 한그릇을 먹은 김씨지만 그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권고기준(2,000mg)을 훌쩍 넘겼다. 열무냉면 1인분(800g)에 함유된 소금, 즉 나트륨이 3152mg이나 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즐겨 찾는 메뉴는 찌개류나 짜장면, 짬뽕, 냉면, 육개장, 알탕 등으로 주로 짭짤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짭짤한 맛이 식욕을 돋우기 때문이고 그 이전에 장문화가 발달되다 보니 자연스레 짭짤한 맛에 익숙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을 짜게 먹으면 고혈압이나 신장에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식약청이 2010년 조사한 ‘ 나트륨에 관한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10명 중 7명은 나트륨 함량이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식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입 안의 즐거움을 먼저 찾다보니 짠 음식을 버리지 못한다.
또 하루 나트륨의 권장량이 얼마인지, 실질적으로 음식에 들어가는 나트륨 함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며, 매일 신경쓰고 있는 비만의 주 원인이 짠 음식으로 인한 부기(浮氣)때문이라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결과 실제 나트륨 섭취 권고량이 2000mg 이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고작 8%에 불과했다.
짬뽕 염분 함량 4000mg 하루권장치 2배
먼저 우리가 즐겨찾는 음식의 나트륨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알아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식약청)이 지난해 11월 전국 72개 음식점에서 국민들이 많이 찾는 외식 음식 130종을 구입해 음식별 평균 나트륨 함량을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놀랍다.
먼저 직장인이 즐겨찾는 음식 중 18개나 되는 음식의 1인분 나트륨 함량이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섭취 권고량 (2,000mg)을 초과하고 있고, 나트륨 함량이 1,000mg 미만인 음식은 떡, 만두, 일부 김밥, 튀김, 반찬류 한 접시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나트륨 함량이 적을 것 같은 죽 종류, 즉 전복죽, 게살죽, 깨죽 등 죽 한 그릇도 나트륨 함량이 1,000mg을 넘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나트륨함량이 많은 메뉴들에 있다.
먼저 권고치인 2000mg이상보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총 18개의 음식 1인분의 나트륨 함량이 무려 1962~4000mg에 이르고 메뉴는 주로 짬뽕, 우동, 열무냉면, 쇠고기육개장 , 알탕, 물냉면, 동태찌개, 짜장면, 해물칼국수,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으로 대부분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음식들이었다.
특히 짬뽕의 나트륨 함유량은 무려 4,000mg(1인분 1,000g기준)으로 음식 중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았다. 여름에 즐겨 찾는 열무냉면 역시 1인분(800g) 기준 3,152mg으로 나트륨 함량이 우동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으며 우리가 즐겨먹는 간짜장 역시2,716mg에 이르렀다. 한국인이 즐겨찾는 라면 역시 나트륨 함량은 1920~2000mg이다. 하루 권고치를 한끼에 모두 섭취해 버리는 격이다. (표 참조).
그나마 나트륨 함량이 적은 외식 메뉴는 회덮밥(744mg), 꼬리곰탕(766mg), 곰탕(823mg)이다. 카레라이스(1089mg), 볶음밥(1203mg), 비빔밥 (1337mg) 등도 비교적 나트륨이 적었다. 식약청은 음식별 나트륨을 포함한 영양 함량을 홈페이지(www.kfda.go.kr/nutrition)를 통해 공개해 일반인들도 쉽게 나트륨함량수치를 알 수 있도록 하며 나트륨줄이기를 권고하고 있다.
고혈압·비만 등 성인병도 소금이 원인
최근 허리통증과 함께 뒷목이 뻐근한 증세로 한의원을 찾은 이서범(48) 씨는 축적된 뱃살로 인한 디스크진단을 받았다. 복부비만으로 배가 앞으로 나오면서 등이 뒤로 기울어진 것이다. 그는 척추교정 치료와 함께 비만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 식으로 저염식을 처방 받았다.
사상체질강의로 유명한 김수범 우리들한의원장은 “최근 병원을 찾는 성인병 환자들의 90% 이상이 식습관이 원인이 돼 오는 경우가 많다”며 비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지나친 소금 섭취”라고 말한다. 김 원장은 “나트륨과 염소로 구성된 소금이 몸에 들어가면 소변으로 나가야 할 콩팥 속의 물을 체내로 가져와 체액의 볼륨을 높이고, 이것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면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소금의 과다섭취는 고혈압을 비롯한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병, 천식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위암과 골다공증, 비만까지 불러온다.
게다가 비만은 자세변형을 일으켜 디스크까지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뿐 아니라 관절염 환자에게도 지나친 염분은 독이 된다. 김 원장은 “소금을 많이 먹으면 물을 많이 먹게 되고 관절염 환자의 부종이 점점 악화되면서 통증을 유발함과 동시에 질환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원장은 “소금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한방에서 보는 소금은 체내 전해질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세균을 죽이는 살균작용을 한다. 또 막혀 있는 것을 뚫어주는 역할을 해 토사곽란시 소금물이 도움이 되며 가래나 담, 숙변에 효능이 있다. 이렇듯 나트륨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지만, 가공된 음식이 아닌 자연식품 속에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1인당 소금 섭취량은 일일 평균 4878㎎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소금을 한 스푼씩 더 먹을 때 마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약 36%씩 높아진다. 우리나라 서른 살 이상 국민의 30%는 고혈압환자, 10%는 당뇨병 환자다. 현재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7대 만성질환으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진료비가 지난 한해만 10조 원을 넘어 전체 진료비의 27%를 차지했다. 그러나 나트륨 일일 섭취량을 3g으로 낮추면 연간 의료비가 3조 원이나 절감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만성질환의 주범인 나트륨의 섭취를 오는 2020년까지 20%(목표치: 3902㎎) 줄이기 위해 민간주도의 범국민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업계와 소비자단체, 의료계와 학계 등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해 발족한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의 활동에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재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과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오병희 교수 등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나트륨줄이기운동본부'는 외식업중앙회, 조리사회중앙회 등의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저나트륨 음식 개발, 저나트륨 가정식 보급, 외식업체 나트륨 함량 표시 지원및 현장교육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식약청 박혜경 영양정책관은 “국물·장류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소금 섭취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줄여나가야 만성 질환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저염 식단 건강음식점 찾기 생활화하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압구정거리. 화사한 주황색의 'babidabida(밥이 답이다)'에는 아침부터 20~30대 젊은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깔끔한 외관과 연두색의 메뉴판은 상큼한 샌드위치가게를 연상시키지만 이곳은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한식패스트푸드점이다. 국내 최초의 한식패스트푸드점인 이곳을 두고 혹시 라이스버거류의 패스트푸드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곳의 메뉴는 삼겹살덮밥, 갈비구이, 고초 삼겹구이, 비빔밥, 자색 고구마죽 등 일반 한식메뉴가 주류다.
‘밥이 답이다’는 패스트푸드점의 이미지를 깨고 지난 12월 식약청으로부터 `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에 지정됐다. 이는 주요리의 나트륨을 자율적으로 줄이기로(평균 14%) 한 음식점을 뜻한다.
아워홈은 식약청의 나트륨줄이기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외식브랜드인 ‘밥이 답이다’ 음식들의 염분을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의 한식들이 하루 권고치인 2000mg을 웃도는 것을 알고 저염화를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아워홈의 이수미 식품연구원은 “맛을 유지하면서도 염분을 낮추기 위해 불고기의 염분 비율을 줄이고 비빔밥의 고추장 양을 줄였다. 또 고추장을 별도로 제공해 고객들이 입맛에 맞게 추가할 수 있도록 했고, 1인분씩 제공되는 국물의 양을 줄여 한 끼 식사의 나트륨 양을 줄였다” 고 답했다.
급한 걸음으로 이곳에서 인기메뉴인 갈비구이를 테이크아웃해가는 권혜연(27)씨는 “ 한식이라 속도 든든하지만 ‘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이라는 현판이 음식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고 말했다. 불고기의 짠 맛이 덜한 것도 밥이답이다를 자주 찾는 이유다.
역시 건강음식점으로 등록된 삼청동 중국요리집인 ‘하궁’ 역시 나트륨 줄이기에 신경쓰고 있다. 짬뽕이나 짜장면 등에 들어가는 나트륨 함량이 워낙 높기 때문에 짜장의 장을 줄이고 곡물을 넣은 요리로 짠맛보다는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청동의 청국장전문점 ‘향나무세그루’ 역시 건강음식점으로 지정됐다. 20년째 청국장식당을 운영하는 임금례(53)씨는 “메주에 소금을 안 치고 끓일 때도 재료와 육수만 넣고 끓인다” 며 “혹 싱겁다는 손님이 있으면 소금 간을 더하는 게 아니라 장을 더 넣어 다시 끓여 제공한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지난해 12월 나트륨줄이기 운동의 일환으로 전국 114개 음식점을 나트륨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으로 지정, 올해 250개소, 내년 1000개소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서울 종로구, 성동구, 강남구 등 서울 11개곳, 충청권 38곳, 경상권 36개가 있다. 자율 참여로 선정된 후에는 식약청이 지속적으로 나트륨 함량을 모니터링한다. 외식에서의 나트륨 함량이 집밥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저염화 노력을 하는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것도 건강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미니 인터뷰 | 김수범 우리들한의원장
“소금 과다섭취는 만병의 근원”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중 식습관으로 인한 병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가?
방문하는 환자의 90% 이상이 잘못된 식습관과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 식습관과 무관하다 생각되는 디스크 환자 역시 잘못된 자세와 비만이 원인이다. 예를 들어 비만으로 배가 나오면 자연스레 등이 뒤로 넘어가고 사람들은 균형을 잡기위해 고개를 앞으로 숙이며 걷게 되므로 흉추의 앞쪽이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등굽음이 빠르게 진행되고 일자목이 발생한다.
소금이 비만에 영향을 주는가?
물론이다. 나트륨과 염소로 구성된 소금이 몸에 들어가면 소변으로 나가야 할 콩팥 속의 물이 체내 축적돼 이것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준다. 소금이 물을 잡고 있는 형국이니 고혈압을 비롯한 심장, 신장질환, 부종, 천식, 관절염과 비만 등 부기와 연관된 질병들이 유발되는 것이다. 때문에 물도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목이 탈 때 먹어야 한다. 또 국물을 끝까지 마시는 식습관도 버려야 한다. 국에 마는 습관도 좋지 않은데 밥을 말면 농도가 낮아져 싱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염식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소금이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을텐데 한의학에서 보는 소금은 어떤가?
물론 소금은 몸안에 꼭 필요한 무기질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소금은 본성이 따뜻하고 독기를 다스리며 덩어리를 풀어주고 막힌 것을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나와 있다. 가래나 담을 풀어주고 숙변에 효능이 있으며 가장 중요한 살균 및 해독작용이 있어 특히 피부질환에 좋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많이 섭취하면 폐를 상하게 하고 심장에 영향을 준다. 특히 기침이나 천식, 부종이 있다면 절대 금해야 한다. 소금은 살균작용 및 체액의 삼투압을 유지시켜 주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적정치인 하루 2000m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사상체질별로 몸에 좋은 자연식과 주의해야 할 음식을 추천해준다면?
먼저 모든 일에 거침이 없이 기가 발산하는 태양인은 발산하는 기를 내려줄 시원한 성질의 자연식이 좋다. 지방질이 적은 해물류, 새우, 조개(굴, 전복, 소라), 문어, 오징어 등이 있으며 메밀이나 냉면도 추천할 만하다. 포도나 감, 머루류의 과일도 좋겠다. 그러나 안질이 있다면 쇠고기나 설탕은 피하고 소화불량이 있다면 무우를 조심해야 한다. 식욕이 왕성한 태음인은 모자랄 듯이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며 고지방보다 고단백질음식을 먹어야한다. 피를 맑게 하는 견과류가 몸에 잘 맞으며 대구,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를 추천한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다면 쇠고기, 우유, 버터류는 피해야 한다.
열이 많은 소양인은 열을 내려주는 수박이나 참외 등 열대과일류가 좋으며 오이나 배추, 당근즙도 좋다. 닭고기나 쇠고기, 우유는 소화불량,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한 소음인은 닭고기나 양, 개고기 처럼 따뜻한 음식 파, 마늘, 생강, 고추 류의 양념류 채소도 좋다. 돼지고기, 녹두와 배, 수박, 참외, 풋과일 등 찬과일류는 손발이 차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코노믹 리뷰 최원영 기자 uni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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