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성은 최고..수입차 고객 잡기 위한 브랜드 키우기가 관건
[양양=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성능은 충분하다. 고객 유인이 관건이다.'
기아자동차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 럭셔리 세단 'K9' 시승의 총평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 럭셔리 세단을 능가하는 상품성은 만족스러웠지만 대형세단 고객을 만족시킬만한 브랜드파워가 성공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은 강원도 양양에서 옥계에 이르는 70여 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이번 시승의 핵심은 기아차가 경쟁상대로 지목한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와의 비교다. 시승에 앞서 기아차 관계자들이 "K9이 경쟁모델 보다 사양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도 '상품성만큼은 자신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 시승한 K9은 V6 3.8 GDi 엔진이 장착된 최고사양 모델이다. 최고출력 334마력(ps)과 최대토크 40.3kg·m, 공인연비는 10.3km/ℓ에 달한다. 공차 중량이 1900kg을 웃도는 차량 중 두자릿수 연비를 획득한 것은 K9이 최초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9의 주요 고객이 운전석 보다는 뒷좌석에 앉는 '사장님'인 만큼 뒷좌석에서 시승을 시작했다.
일단 차내부 공간은 무척 넓었다. 내부공간 크기를 결정하는 축거가 3045mm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승객을 배려한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다. 뒷좌석 중간에는 오디오, 공조장치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어 쉽게 조작이 가능했다. 햇빛 가리개는 필수다. 뒷좌석 시트가 앞뒤로 조절이 가능한 점도 눈에 띄었다.
주행성능은 놀라웠다. 속도를 높여도 차의 떨림 현상은 전혀 없었다. 엔진 및 조향 시스템은 전방에, 구동 시스템은 후방에 둠으로써 무게 배분이 안정적으로 이뤄진 덕분이다. 이 때문에 조종 안정성과 승차감이 좋아진 것이다.
정숙성은 단연 최고였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훌쩍 넘겼으나 엔진음이나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뒷좌석에서도 앞사람과 대화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중간지점에서는 직접 운전에 나섰다. 운전석에 앉으니 각종 첨단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국산차 최초로 장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비롯해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 ‘시트 진동 경보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HUD는 수입차보다 시각적으로 훨씬 나았다. 속도, 방향 지시, 차선이탈 등의 다양한 정보가 입체적으로 나타나면서 운전자의 시인성을 배려했다. 시트 진동 경보시스템은 차선 이탈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 반응했다. 또 후측방 경보시스템을 작동시킨 후 옆차선에서 차가 다가올 때 깜박이를 켰을 때도 운전석은 요란하게 떨렸다. 안전을 최대한 배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외에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앞좌석 프리 세이프 시트벨트’ 등도 K9의 첨단 이미지를 높였다.
특히 계기반은 국내 최초로 12.3"의 풀사이즈 컬러 LCD가 적용됐다. 벤츠 S클래스, 재규어 XJ 등에도 풀 LCD 모니터가 탑재됐는데, K9의 경우 시각효과가 훨씬 다양했다. 계기반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다. 핸들에 부착된 햅틱 리모컨으로 조작이 용이했다. 다만 운전중에는 작동되지 않았다.
트렁크 내부도 상당히 넓었다. 또 운전석에서 버튼 하나로 여닫을 수 있게 해 편리했다. 이 같은 첨단 사양은 이것 말고도 많다.
시승을 통해 상품성은 확실히 검증된 만큼 남은 숙제는 주요 타깃으로 삼은 40~50대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BMW, 벤츠 보다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기아'를 과연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일단 가격 측면에서는 다소 유리하다. 이날 시승한 최고급 모델 가격은 8640만원이다. BMW7 시리즈 최고가가 2억7220만원, 벤츠 S클래스의 경우 2억6850만원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 저렴(?)하다.
기아차는 첨단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바야흐로 국내 대형세단 시장에 '상품성'과 '브랜드'의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양양=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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