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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325조 정부 예산 심사에 전문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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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권오형

"감사 기업수 늘리고 공인회계사 업무영역 지켰다" 자부심
기업 직접규제 강화하고 저가 수수료 경쟁 뿌리 뽑아야


[아시아초대석]325조 정부 예산 심사에 전문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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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325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을 심사하는 국회의원 중에 회계전문가가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부회장으로 4년 회장으로 4년, 만 8년의 시간을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를 위해 달려온 권오형 공인회계사회장을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공회 회장실에서 만났다.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있어 아쉬움이 묻어날 법 한데도, 퇴임 후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기대감 덕분인지 인터뷰 내내 만면에 여유가 넘쳤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 회계사들의 국회 입성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권 회장은 “국회에 ‘회계·경제·감사’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예산심사와 국정감사를 할 때 전문가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직접 회계와 감사 등에서 전문성을 가진 국회의원이 있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총선에 공인회계사들이 전에 비해 많이 나섰다는 측면에서는 결과와 상관없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에 도전한 것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많은 공인회계사들이 적극적으로 공익을 위해 국회입성에 도전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3명의 공인회계사가 지역구 공천을 받아 국회 입성에 도전했다가 모두 고배를 들었다.


4년간의 한공회 회장 생활을 돌아보며 ‘피감사 대상 기업 기준에 자산총액과 더불어 부채, 종업원 수를 포함시켜 감사기업의 수를 늘린 것’을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기업이 감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정부패에서 멀어질 수 있는 방지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부감사 대상기업이 많아진 만큼 국내 기업의 회계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그는 또 “감정평가사의 공정가치평가 업무 독점 법제화 저지, 관세사의 원산지결정 상담 및 자문 업무 독점 법제화를 저지 등 다른 자격사로부터 침해되는 공인회계사의 업무영역을 지켜낸 것”을 기억에 남는 ‘잘한 일’로 평가했다.


그러나 “작년 연말에 건설산업기본법이 개정돼 기업진단 업무에 세무사가 포함된 것은 큰 문제”라면서 “국회라는 곳에서 합리적인 논리로 법을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큰 아쉬움을 내비쳤다.


권 회장은 회계투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직접규제 강화 및 감사인 선임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무정보의 1차적 작성자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처벌도 가볍다”며 “기업에 대한 직접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기업이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분식회계는 감사인이라도 전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의 입찰식 감사인 선임제도는 다른 요소가 고려되지 못하고 감사인의 보수만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마련”이라면서 “이는 감사인 간에 감사품질 경쟁이 아닌 감사보수 경쟁을 하게 만들고, 낮은 보수는 감사품질 저하를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회계법인 간 저가 수수료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은 결국 기업에 대한 부실감사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권 회장은 이와 관련해 올해 금융위원회가 추진할 ‘회계산업 선진화 방안’에 ‘감사인 선임제도 개혁’을 포함시켜줄 것을 제안하며 “구체적인 감사보수 기준을 정해 각 감사대상 기업이 공탁금 형식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게 해 저가 수수료 경쟁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계선진화방안을 논의하는 위원회가 중소형사와 감사반 등이 균등하게 포함되지 못하고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어 안타깝다며 중소형 회계법인의 입장도 회계선진화 방안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당국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퇴임 후에는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탈북자 재취업 및 정착 지원’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권 회장은 “탈북자 문제는 우발채무와 같다”며 “탈북자가 작년 말 기준 2만3000명 정도 되는데, 5만명을 넘을 때 이들을 잘 정착시키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가 오면 첫 3개월간 ‘하나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받게 된다”며 “이때 이후부터는 탈북자를 담당하는 부처를 행정안전부로 바꿔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행안부가 이들을 담당하게 되면 각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더 현실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탈북자가 하나원 연수를 마친 후에도 계속 이들을 통일부가 관리하고 지원한다. 그는 실제로 현재 탈북동포를 돕기 위한 시민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의 고문을 맡고 있다.


권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가장 이상적인 회계사로 ‘경찰차와 구급차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회계사’를 꼽았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경찰차와 다친 사람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는 구급차가 동시에 온다”면서 “회계사 및 감사인은 기업에 경찰과 구급대의 역할을 동시에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한 회계감사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 외에 세무조정 컨설팅, 업황변화조사, 상속세 상담 등 경제전문가로서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계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43년차 회계사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자 당부이기도 하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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