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취임 5개월
'샌드위치' 중견기업 살려놓겠다
"나는 악랄한 보스" 중견기업국 통해 한두달 내 정책 성과 보일 것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호인(好人)형이다. 큰 키에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가 그렇다. 스스로 평하길 성격도 낙천적이다. 그렇지만 업무에 있어선 까칠하다. 부하 직원들이 홍 장관을 어려워하는 이유다.
또 하나의 장점은 핵심 업무를 찾아서 집중하는 능력이다. 특정 업무에 느낌이 오면 놀라운 추진력과 집중력을 발휘한다. 홍 장관에게 요즘 필(feel)이 꽂힌 게 '중견기업'이다.
홍 장관은 "중견기업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로 무역 2조불 달성을 위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부정적으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한국경제 도약의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그래서 "중견기업 정책의 초기 틀을 다진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지경부내에 독자적인 '중견기업국'도 만들었다. 초대 국장도 내정했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만들어진 중견기업국은 그만큼 홍 장관의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홍 장관은 "중견기업이라는 용어가 법적으로 명시된 것은 지난해지만, 실제 정책의 원년은 올해"라며 "1300여 중견기업을 위한 맞춤형 해법을 반드시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 육성의 꿈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어떤 정책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홍 장관은 "지경부는 원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이라며 "일단 중견기업국이 출범하면 한두달 내에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에 있어 '악랄한 보스'가 될 것"이라는 홍 장관은 "모든 법에 중견기업 개념을 도입하고 2015년까지 120만개 일자리를 책임질 중견기업 3000개를 키워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장관 취임 후 불과 6개월 만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 홍 장관을 서울 시내 모 처에서 만났다. 중견기업에 대한 그의 철학과 지식경제학, 조직관리학 등을 듣느라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음은 홍 장관과의 일문일답.
-중견기업에 무척 관심이 많다.
▲중소기업청장 시절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중견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중견기업들 스스로 불만이 있지만 사실 중견기업은 모든 중소기업의 꿈 아닌가. 무역 2조불 시대의 새로운 수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첨병이다. 그런 점에서 중견기업 육성은 시대적 소명이다. 중견기업 정책의 틀을 다진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
-중견기업국 설립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나.
▲최근 중견기업국 설립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주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대통령께서 적극 지지해주고 있어 힘이 된다. 처음엔 '국'이 아닌 '과' 정도를 생각했는데 더 잘 풀렸다. 중견기업을 위한 큰 전담 조직이 생긴 만큼 현재의 1300여개 중견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
-중견기업 육성 대책엔 어떤 내용이 담기나.
▲3가지 기본 방향으로 추진된다. 연구개발(R&D)ㆍ해외 마케팅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 시책 발굴, 중소기업 졸업으로 인한 급격한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제도적 기반, 중견기업 인식 개선 유도로 우수 인재 확보 등이 그것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160여개 시책과 제도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성과공유제의 성과는 좀 저조한 것 같은데.
▲성과공유제는 2006년 상생법에 근거해 확산을 추진했으나 미흡했다. 솔직히 인정한다. 체계적 추진 시스템의 부재와 기업의 관심 부족에 따른 결과다. 성과공유제 개념과 모델이 불명확해 기업에선 일상적 협력 활동을 성과공유제로 해석하는 것 같다. 이달 말 성과공유제 연구회 운영과 성과공유 확인제 시행을 통해 객관적 평가를 시작할 거다. 우수 기업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5월 중으로 30개 내외 대기업과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미래 먹거리로 '융합'이 뜨고 있는데. 중소ㆍ중견기업의 역할은.
▲21세기 세계 경제는 '융합의 시대'다. 이미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 중이다. 융합은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 주력 산업에 고부가가치를 덧붙인 개념이다. 전문 기관 통계를 보면 융합 신 시장 규모는 내년 20조3000만달러에서 2018년이면 68조1000만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자동차와 조선 등 양대 주력 산업에 강점인 IT 기술을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가 융합형 비즈니스를 촉발시키는 데 주력한다면 자연스레 중소·중견기업에게 성장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취임 후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무역 1조불 달성을 꼽았다. 올해 수출은 어떨 것으로 보는가.
▲2~3월 연속 흑자로 1ㆍ4분기 누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무역 환경이 어려운 것은 맞다. 올해 수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한 자릿수 증가가 예상된다. 무역 1조불에서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무역 2조불 시대로 가기 위해선 제조업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물론, 대기업 위주의 가격 경쟁력ㆍ수입 중간재 의존도 등 약점을 극복해야만 가능하다. 중견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고 수출 품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홍석우 장관은 누구인가
홍석우 장관은 지식경제부 내에서 '맏형'으로 통한다. 1980년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지경부 식구들과 30여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업무적으로는 어렵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후배들이 격의없이 대할 수 있는 선배 중 한 명이다.
최근엔 지경부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열공(열심히 공부)'을 강조한다. 중기청장과 코트라 사장을 거친 것도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미시ㆍ거시적 안목을 기르는데 도움이 됐다.
고집스런 인사 원칙은 유명하다. 홍 장관은 "친소 관계와 무관하게 원칙대로 명확하게 인사를 해야 조직을 통솔할 수 있다"는 게 지론.술자리에서는 막걸리와 소주에 홍초를 섞은 '혼돈주'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판소리에도 관심이 많아 가끔 흥이 나면 직접 '소리'를 하기도 한다.
<약력>
▲1953년 청주 ▲경기고ㆍ 서울대 무역학과 ▲행시 23회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장, 홍보관리관,무역투자정책본부장 ▲중소기업청장 ▲AT커니코리아 부회장 ▲코트라 사장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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