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삼성그룹이 국내 정유 산업에 첫 진출한다. 지식경제부는 19일 "삼성그룹의 석유ㆍ화학 계열사인 삼성토탈이 6월부터 한국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SK에너지ㆍ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ㆍ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과점 체제에 삼성토탈을 신규 플레이어로 허용해 경쟁을 통한 기름 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토탈 입장에선 그동안 유통 인프라가 없다는 이유로 일본에 수출했던 휘발유를 국내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경쟁을 통해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한다는 '고육지책'이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경부는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범정부 차원의 '석유제품 시장 경쟁 촉진 및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민관 합동의 석유 가격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석유 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 방안' 발표 이후 1년 만이자 지난해 11월 '알뜰주유소' 카드를 제시한 지 5개월여 만이다. 1년 사이 세 번째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책의 큰 틀은 두가지다. 석유제품의 과점적 시장에 삼성토탈 등 신규 사업자를 진출시킨다는 방안과 주유소의 혼합 판매를 활성화 해 국내 메이저 정유 4사 간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석유제품 시장에 정유 4사 이외 신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유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삼성토탈은 국내 제5의 석유제품 공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매월 3만7000배럴의 휘발유를 일본에 수출 중인 삼성토탈은 6월부터 월 3만5000배럴 정도의 물량을 석유공사에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전자상거래용 수입 물량에 대해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리터(ℓ)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하는 등 전자상거래용 수입 물량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알뜰주유소는 당초 700개에서 1000개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경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알뜰주유소 사업자에 대해선 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세를 일정 비율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앞으로 정유사가 거래 주유소에 판매 기름 전량을 구매하도록 강요하기도 어려워진다. 혼합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상한선(20%)이 없어지고 특정 정유사의 기름만을 강요할 땐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제재도 받게 됐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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