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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할인 일주일··'전시행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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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주유소 평균가 60원 할인에 그쳐

기름값 할인 일주일··'전시행정' 논란 오피넷에 공개된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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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할인된 정유사 공급가가 주유소에 반영되려면 일주일이 걸린다던데, 왜 가격이 더 오른거죠?"


정유4사가 기름값 100원 할인에 돌입한 지 일주일째인 14일 출근길, 일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손님들이 항의에 나섰다. 불과 일주일전 기름값이 대폭 할인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인근 자영주유소를 찾았던 이모씨(34·서초구)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할인을 요구하는 이씨에게 주유소 직원은 "재고분이 아직 소진되지 않아 할인된 공급가가 반영되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린다"고 해명했기 때문. 이 설명대로라면 정유4사의 기름값 할인 발표가 있은 일주일 뒤인 14일부터는 일선 주유소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향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일선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되레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정유사·주유소 '엇박자'에 소비자 불만=정부 압박에 정유4사가 기름값 100원 할인에 돌입한 지 일주일째지만 허술한 관리감독 탓에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물가인하 여론에 등떠밀려 정유사 쥐어짜기식 해법을 내놓은 정부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다.

14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리터(ℓ)당 1944.97원으로 정유4사의 기름값 할인 시행 직전인 6일 1970.92원보다 불과 25.95원 내렸다.


지난 7일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던 기름값의 하락세도 엿새만인 12일 다시 오름세로 돌변했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3사가 모두 정유사 공급가를 100원씩 파격적으로 인하했지만 소비자들은 할인을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할인금액을 카드 결제 대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의 SK에너지를 포함하더라도 6일 대비 14일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은 60.2원 인하에 그쳤다. 정유사가 공급가를 내리더라도 일선 주유소가 할인분을 반영하지 않으면 도루묵일 수밖에 없다는 사전 우려가 그대로 적중하고 있는 셈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직영주유소는 할인된 공급가가 반영됐지만, 자영주유소는 쉽지 않다"며 "본사 영업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가격할인에 동참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은 데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번 기회에 마진(이윤)을 높이자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유소 사장은 즉각 항변하고 나섰다. 정유사가 7일부터 공급가를 인하했지만, 이날 정유사 공급가는 일선 주유소가 바로 직전(3월 말) 공급받은 가격보다 이미 비쌌다는 얘기다.


정상필 주유소협회 이사는 "정유사가 7일부터 공급가를 인하했는데 일선 주유소들은 대부분 월말인 지난달 31일 주유탱크를 채운 상황"이라며 "이후 재고분을 소진한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을 때는 31일날 공급받은 가격보다 오히려 70~80원 올라간 금액이기 때문에 실질적 할인 금액은 30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7일부터 정유사 직영점을 중심으로 일제히 가격이 내려가자 시세에 민감한 주변 주유소들도 판매량 감소를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 인하에 나섰다"며 "국제 유가가 상승하니 정유사 공급가는 또 인상되고, 주유소 입장에서는 더 버틸 수가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석유TF방안 '제자리걸음'···정부는 '모르쇠'=자가폴(무폴)주유소의 상황은 더 어렵다. 자가폴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가 아니라 여러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받아 판매하는데, 일부 정유사가 "물량 부족"을 이유로 기름을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의 기름공급이 뚝 끊기는 현상이 지속되면 유사석유(가짜휘발유)제품의 기승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자가폴주유소 사장은 "공급가를 내린 정유사에서 손해를 보고 팔 수 없다며 자기네 폴에만 기름을 싸게 공급해 주는 바람에 자가폴 주유소는 죽어난다"며 "정부가 자가폴 주유소를 확대한다는 데 이런 상황을 아는 지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유사와 주유소간 잇속챙기기가 한창이지만, 정부는 뒷짐지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정유사·주유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던 이전 기조는 사라진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기름값 인하를 위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시장 감시에 들어갔던 정부가 이제는 시장 자율 논리를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지난 8일 정유사 직원을 대동하고 서울, 경기 일대 주유소로 현장 점검을 나갔을 뿐 더이상의 관리감독은 하지 않고 있다. 담당 사무관은 13일 "더이상의 현장 점검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석유TF가 내놓은 무폴주유소 확대 등에 대한 논의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 적용시기(3개월)가 끝나면 불거질 상황도 미지수다. 3개월 이후 한꺼번에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그것은 정유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정유사는 스스로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을 내렸고 이에 대해 정부가 인위적인 보조를 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재주는 곰(정유사)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정부)이 챙긴다는 얘기가 딱 이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라며 "기름값 관련 주유소 사장들과 갈등을 빚는 것도 문제지만, 3개월 후 불어닥칠 상황이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소정 기자 ss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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