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國志經營-4. 삼국지의 '백미' 적벽대전에서 배워라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투 중에서도 적벽대전은 단연 '백미'로 꼽힌다. 208년 조조의 대군과 손권, 유비의 연합군이 적벽을 둘러싸고 펼친 이 전투는 적은 수의 군사가 대군을 이긴 대표적 전투로 꼽힌다. 특히 당대 최고의 지략가들이 펼쳐내는 각종 병법과 두뇌싸움이 으뜸이라는 평가다.
정사에 남은 기록이 짧고 모호해 정확한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심지어 일부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까지 있지만,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적벽대전 속에는 분명 오늘날 경영자들이 곱씹어볼 부분이 많다.
반간계에 속아 자신의 장수 처형
유비연합군, 바람 이용한 화공 펼쳐
글로벌기업 치열한 정보전 보는 듯
현지 사정 이해 못하면 백전백패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참을 가려라=적벽대전은 조조군의 연환계(連環計)와 연합군의 화공(火攻)으로 요약된다. 연합군은 화공 즉, 불로 공격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배에 어떻게 불을 붙이는 가였다 .
전투를 앞두고 조조의 군대에 연합군의 밀사가 찾아온다. 연합군 주유 수하의 대장 황개가 조조에 투항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황개는 후방에서 식량 운반대열이 도착했으니 이를 기회로 부대를 이끌고 오겠다고 했다.
밤이 되자 밀서의 내용대로 뱃머리에 청룡어금니 깃발을 꽂은 황개의 선단이 20척가량 다가왔다. 황개의 선단이 가까이 접근해서야 조조군의 정욱은 '배의 몸체나 움직임의 속도를 보아 식량운반선이 아니다. 황개의 투항은 거짓'이라고 외쳤고, 조조는 이에 대응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조조 진영은 불어오는 동남풍을 맞으며 불길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조조는 왜 투항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조조는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작업에 실패했다.
적벽대전 직전, 조조는 적벽 일대의 지형에 밝고 수전에 능한 형주의 군사 채모와 장윤을 확보했다. 수전에 약한 조조로서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조조는 이들이 연합군과 내통했다는 허위정보를 믿고 이들을 참수시켰다. 삼국지연의 속 '반간계' 이야기다.
당시 조조는 그의 참모이자 연합군 주유의 친구인 장간을 주유에게 보내 항복을 권하는 척 했다. 이때 주유는 장간과 술을 마신 뒤 탁자 위에 채모와 장윤이 자신과 내통하는 내용의 '가짜 서신'을 놓아두고 자는 척 했다. 장간이 훔쳐간 이 가짜 서신에 조조는 격노하며 이들을 참수시킨 것이다.
이후 조조는 또 다른 형주의 군사를 주유측에 거짓으로 투항시킨 후, 첩자노릇을 하게끔 한다. 하지만 조조와 달리 주유는 이들의 투항이 계략임을 간파하고 오히려 이를 역이용했다. 이 때 주유측은 황개가 곧 조조측에 투항할 것이라는 거짓정보도 미리 흘린다. 이 잘못된 정보로 조조는 황개의 투항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 셈이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그야말로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정확한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구분하고 판단해내는 것도 리더의 중요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가지 정보로 판단하는 것보다 이미 축적된 데이터와 쏟아지는 데이터를 대조 분석해 정확히 활용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지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라=황개의 선단은 강풍을 타고 화공을 전개해 조조의 선단에 큰 타격을 입혔다. 반간계와 고육계, 연환계 등 수많은 전략 중에서도 적벽대전의 절정을 찍은 것은 바로 이 기습 화공이었다. 때마침 불어왔던 바람, 화선의 접근을 쉽게 허용한 조조.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였을까?
결론은 아니다. 화공을 택한 연합군은 적벽 장강의 동쪽 해변에 위치한 적벽지역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겨울에도 적벽 지역에 동남풍이 하루 이틀 불기 때문에 시기를 잘 택하면 화공이 가능하다는 걸 미리 안 것이다.
반면 조조군은 이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조조군은 배멀미로 군사들이 힘들어하자 크고 작은 배를 십여척씩 쇠사슬로 묶어 넓은 판자를 깔아두는 '연환계'를 택했다. 배를 묶어두면 화공에 속수무책이라는 걸 알면서도, 조조군이 이를 택한데는 한겨울이니 북풍이 불고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는 여기서부터 엇갈렸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현지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을 무시하고 기존 방법만 고수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라. 그리고 현지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맞는 색깔을 택해야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현지 기업과 동일한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한다.
현지화에 따른 희비는 한중수교 20주년이 된 2012년,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 성적표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랜드, 크린랩, 락앤락, 오리온 등 대표적 성공기업으로 꼽히는 업체들의 공통점은 '현지화'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락앤락은 차(茶) 문화가 발달한 중국인들의 특성에 집중해 이중 망으로 설치된 상품을 출시했고, 이랜드는 팔다 남은 제품이 아니라 초기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중국시장에 특화한 상품만을 선보였다.
◇긴장 늦추지 말고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당시 조조의 군대는 우월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누적, 풍토병, 질병 등으로 전력이 약해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조조군의 대패는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우월한 전력을 가진 조조군의 패배 원인은 방심과 전쟁의 목표가 뚜렷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위험요인을 무시한 데는 당시 연이은 승리에 도취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조조는 기름을 바른 볏짚이 가득 실린 황개의 선단이 안전거리 내로 들어오기까지 아무런 점검도 하지 않았다. 돌계단도 두드려보고 건너란 말이 있듯 큰 전쟁을 앞두고 안전장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연합군의 치밀함에도 배울 대목이 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때를 기다려라. 동남풍이 불어야 한다. 황개는 208년 동짓날 밤, 기다림 끝에 동남풍이 불자 기름을 바른 마른 갈대, 볏짚을 싣고 기름천으로 덮은 선박을 몰고 조조군측으로 다가갔다. 대기하던 유비와 주유는 조조의 군영에서 불이 솟아오르자 즉시 수륙 양군을 몰아 총공격을 단행했다. 적벽은 불바다가 됐고, 조조의 대군은 참패했다.
(도움말: 현대경제연구원)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