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쓰레기야"
스티브 잡스 창업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애플을 운영해 가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모처럼 전임자 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독설을 내뱉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컨버터블 PC'에 대해 '일갈'한 것.
컨버터블 PC는 터치스크린 화면을 통해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화면을 돌리거나 뒤집어, 심지어 접어서도 사용할 수도 있다. 키보드가 있어 노트북 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MS가 내놓을 예정인 윈도8 운영체제와 맞물려 애플에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윈텔(인텔-MS)진영의 기대주다.
24일(현지시간) 포브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쿡 CEO는 이날 실적 발표후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애플의 경쟁자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장난삼아 이런 접히는 형태의 제품들을 시도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블릿과 노트북PC을 섞어 엉뚱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애널리스트들이 노트북과 태블릿을 결합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을 것이냐고 질문에 대해 쿡은 비웃기만 했다.
그는 "더이상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것들로 균형을 잡을려고 해봐야 소용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쿡은 "토스터와 냉장고를 결합해 봐라. 아무도 그 제품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경쟁자들이 애플의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컨버터블 PC를 내놓겠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며 이에 대응할 생각도 없다는 뜻이다.
쿡의 비판적 발언은 흔치 않지만 그도 잡스 만큼 정확한 식견을 보인 경험이 있다. 앞서도 인텔이 주도했던 넷북PC에 대한 전망이다.
최고 운영책임자(COO)시절이던 2009년, 쿡은 실적발표시 넷북을 쓰레기 취급했었다. 당시는 HP 등 경쟁사들이 앞 다퉈 노트북 보다 저가 넷북 시장에 뛰어 드는 상황이었다. 당시 그는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넷북은 화면도 작고 조악한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엉터리 기기다"라고 표현했다.
쿡의 발언 이후 1년도 안지나 애플은 넷북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 아이패드를 출시했다. 시장은 곧 재편됐다. 아이패드는 출시 2년여 만에 6700만대 판매를 돌파했지만 넷북의 인기는 사라졌다. 인텔은 최근 선보인 아이비브릿지를 탑재한 울트라북으로 넷북의 참패를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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