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 수 있을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총선 과반 승리로 확고한 '대세론'을 쌓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넘기 위한 여권 대선 주자들의 도전이 시작됐다. 대권 잠룡들은 '비박(非朴) 연대'를 외치며 박 위원장을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의 탈당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권 행보에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공동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비박 진영에서는 이날 출마를 선언한 김 지사를 비롯해 7선 고지를 밟은 정몽준 의원과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이 이달 말에서 내달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선 막판에 3자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과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태호 의원도 잠재적 잠룡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대선 본선에 진출하려면 필연적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극복해야만 한다. 한때 주춤하던 박근혜 대세론은 4·11 총선에서 과반 승리로 더욱 공고해졌다. 김 지사는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잠룡들의 지지율은 2~3%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지사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위원장을 겨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에서 의석은 과반수를 얻었지만 수도권 젊은 층의 빈자리가 많아 막연한 대세론으로는 대선이 어렵다"며 "지나치게 개인의 사당처럼 되거나 사당화된 리더십을 고착시키는 것은 민심과 계속 멀어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박 위원장을 공격했다.
또 다른 잠룡인 이재오 의원도 트위터에서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낼 때는 속전속결로 사생결단하더니 자기 사람 잘못은 눈감고 하늘만 보니 그래서 국민에게 표를 얻겠나"고 밝히면서 우회적으로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른바 '비박 연대'의 틀에서 공동대응을 통해 경선 방식의 변경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당헌상 '대의원 조사 80%+여론조사 20%'의 경선 방식으로는 박 위원장을 꺾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 지사도 출마선언 전 이 의원을 만나 완전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정몽준 의원과도 이 문제에 대한 사전 교감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국민참여경선이 대통령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가늠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잠룡들의 비박 연대가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의 탈당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당선자의 탈당으로 과반승리 효과가 희석된데다 그 과정에서 박 위원장의 유보적인 태도로 여론이 돌아섰다는 것. 다만 총선을 통해 친박계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경선 룰 수정이나 대역전극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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