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제압하는/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자유를 위해서/비상하여본 일이 있는/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노래하는가를/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혁명은/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종달새의 자유를 노래한 시인의 말을 수정하며 김수영은 종달새의 고독을 들이민다. 자유를 위한 날아오름은 바로 혁명의 적실한 은유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내 은유 따위를 내던진다. 자유를 쟁취하는 선봉에 선 사람의 희생과 고독에 관해 말하는 비감하고 비장한 대목에서 그는 은유를 붙들어맬 마음의 진폭을 가지지 못했는지 모른다. 이 직설이 나를 떨게 했다.'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무엇을 알겠는가. 피냄새 자욱한 혁명의 고독은 어쩌면 김수영이 매료되었던 이념의 낭만주의일 수도 있다. 다만 혁명이라는 격정을 노고지리 위에 얹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는 그래서 도발적인 캐치프레이즈다. 한 시대의 견자(見者)가 내뱉어 놓은 잠언이다. 오늘, 4.19에 문득 그 자유와 혁명의 피냄새를 생각한다. 70년대 김지하와 80년대 김근태에게서 맡았던 그 냄새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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