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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우리는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예상을 깬 19대 총선의 결과는 중산층 무당파와 부동층의 복심을 짐작하게 한다. '집토끼 관리'만 해서는 읽지 못하는 민심이다.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엔 '새누리당이 좋아서'라기 보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이 너무 나간다'는 반발 심리가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복지와 경제정책 전반에 예고됐던 대변혁의 바람도 한 풀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 양당이 간판급 공약으로 내세운 건 복지와 경제민주화 정책이다. 민주통합당은 복지 부문에서 대학 반값등록금 실현과 기초노령연금 두 배 이상을 약속했지만, 지키기 어려워졌다. 모두 청년층과 노년층 표를 공략하기 위한 대표적인 표퓰리즘 공약으로 꼽혔던 것들이다.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은 대신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늘리고, 치매노인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확대하거나 월 최고 15만원 수준인 장애인연금을 20만원까지 늘리는 등 기존의 정책을 보수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비슷한 의견을 냈던 고교 무상교육은 협의를 통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기업도 일단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나 계열사간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규정 강화같은 민주통합당의 공약에 새누리당과 정부가 반대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가 급격히 추락하던 지난 2월까지만해도 여론의 기류를 살펴 출총제 부활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이런 입장을 철회했다.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출자분을 3년 내에 정리하도록 하자는 주장에도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야권의 법인·소득세 증세 주장을 마냥 외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야권이 총선에선 사실상 패배했지만, 수도권 민심이 여당을 외면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임기 내내 '부자 감세' 논란에 시달렸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패배한 정권이 온전한 적이 없었다"며 뼈를 깎는 쇄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은 야권과 법인·소득세 증세에 절충점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법인세 500억원 초과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세율도 종전보다 3%포인트 높은 25%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소득세 최고세율(38%)구간 역시 현 3억원 이상에서 1억 5000만원 초과로 조정하자고 말한다. 새누리당이 이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부자 증세'에 동의한다는 시늉은 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주거비를 낮추기 위한 공약은 곧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지역에 국한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논리를 거스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던 전·월세 상한제를 민주통합당은 전면 시행, 새누리당은 가격 상승폭이 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넘어서는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하자고 주장해왔다.


일자리 대책에선 비정규직 철폐 내지 처우 개선 문제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새누리당은 공공부문에서 2015년까지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임금차별 문제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민주통합당이 내세웠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재계가 강력히 반발했던 민주통합당의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는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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